지금으로부터 2,200여년전, 불세출의 영웅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B.C 232∼202)는 숙적 유방(劉邦)이 이끄는 한군(漢軍)에 쫓겨 해하(亥下-지금의 安徽省)에 갇히게 된다. 그를 그토록 궁지에 몰아넣은 적장(敵將)은 다름 아닌 한신(韓信)이다. 한신은 항우가 데리고 있던 부하로 외모가 출중하지 못하여(카리스마가 부족해), 스승인 범증(范增)이 크게 중용할 것을 수차례 간언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항우는 한신을 창고지기로 내팽개쳐 결국 한신은 항우에게 등을 돌리고 유방을 찾아갔던 것이다.
한신은 병권을 쥔 후 백전백승한다. 악몽과도 같은 밤을 지새 던 중 항우는 비몽사몽간에 사방에서 두고 온 고향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와 등골이 오싹해 잠을 깬다. 장량(張良)이 이미 전의를 상실한 초나라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목청 좋은 군사들을 모아 저 멀리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초나라 병사들은 뿔뿔이 빠져나가 진중에는 불과 수백기의 병사만 남았다. 항우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았지만 어떻게 하던 질곡의 순간을 벗어나려 한다. 한데, 애첩 우희(虞姬)가 눈에 밟힌다. 숙적 유방이 여색(女色)을 탐하는 것을 익히 아는 항우는 살아남을 것을 권하지만, 우미인은 한사코 생사고락을 같이 하려한다. 천하의 영웅 항우와 절색미인 우미인은 함께 술을 주고받으며 최후의 밤을 보낸다. 그들의 최후의 밤을 사마천은 작중 인물인 항우와 우미인의 입을 빌려 이렇게 묘사했다. “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騶不逝,騶不逝兮可奈何,虞兮虞兮奈若何(리빠싼씨치까이쓰,스부리씨쩌우부쓰,쩌우부쓰씨커나이허,유이씨유이씨나이뤄허!) “내 힘은 산을 뽑을듯하고, 기백은 천하를 덮었노라. 형세 불리하니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 우희여, 우희여 이를 어쩌면 좋으냐?” “漢軍已略地,四面楚歌聲,大王意氣盡,賤妾何聊生” “한나라 군대가 이미 포위했는지, 사방엔 초나라 노래뿐이네. 폐하의 운이 이미 다했거널, 소첩이 살아 무엇 하리!” 결국 우미인은 그 자리서 자결하고, 항우 역시 오강(烏江)에서 자결하고 만다. 불세출의 영웅 항우로서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었다.
항우의 불같은 성격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후세의 문인들은 두 사람의 최후를 못내 안타까워했다. 천하를 양손에 다 쥐었다 놓친 항우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이 한탄스러웠는지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항우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