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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제주가 무비자 지역이 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주권을 주기 시작한 이후 한동안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 및 투자, 이에 따른 경기 부양, 부동산 가격 상승 소식 등이 이어졌다. 도민들은 경제 활성화라는 신기루에 홀린 듯 중국인들의 제주행 러시를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다. 거리에선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많이 들렸고, 중국어를 병기하는 간판이 눈에 띄게 늘어갔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사드’ 배치가 발표되면서 한창 불붙던 중국발 경기 호황이 하루아침에 찬 서리를 맞았다. 며칠 전 도내 언론에는 중국 관련 기사가 하루에 네 꼭지나 실렸다. 제목만 훑어보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인 유커 감소와 경기 침체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유커 입국 거부로 인한 중국내 혐한 분위기 확산 △코리안 드림 짓밟힌 중국인 부부 △도내 건축물 1%가 외국인 소유-그 중 73%가 중국인이라는 기사들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언론의 호들갑이 불과 몇 달 전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부정적 여파로 지면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를 보며 떠오른 일단의 생각은 ‘우리가 언제부터 중국인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그들로 인해 일희일비하고 있었나’라는 일종의 결핍감, 의존감, 자괴감 같은 것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앙, 지방할 것 없이 전체가 「갈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 채 흑백 정지화면만 지지직거리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 자립능력이 일천한 제주도는 우리 자신의 명운을 중앙 정치와 중국인들에게 맡겨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드 문제 이전까지만 해도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연관 업종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고, 도민사회에 어느 정도 혈액 순환이 이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 및 중국계 대자본 위주의 대규모 개발 투자는 여전하지만.
이렇게 반짝 호황세를 보이던 제주경제가 일순간 ‘넘사벽’에 직면한 것이다. 13억 인구를 거론하며 끝없을 줄 알았던 중국인들의 발길이 멈추자 지금은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힘들어 죽겠다는 아우성뿐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제주와는 무관하게 국내외의 정치상황으로 인한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라 여겨진다. 제주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적으로 만들어서 외국에 팔거나 국내에 유통시킬 능력 없이, 오직 자연자원만 가지고 ‘구경값’이나 받아 살고 있으니 그 한계는 분명한 것이 아닐까.
물론 세계적인 자연자원이 자랑스럽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연자원은 우리가 창조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스스로 생겨난 것이며, 우리는 그걸 보여주는 것일 따름이다. 더구나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깎고 부수고 자르고 덮고 파헤치는 등 원형까지 훼손하며 보여줘 왔다. 최대자산인 자연마저 인위화하며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경제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대외 의존성 경제체질이 매우 단순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제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돈을 버는 일시적·현상적 행위를 넘어 근원적·창조적 경제체질을 갖추는 방향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꾀할 때가 왔다고 보아진다. 어떤 방향, 어떤 내용의 시스템이냐 하는 것은 별도로 고민해야 할 문제일 터이다.
제주속담에 ‘물 싼 땐 나비잠 자당 물 들어사 바당에 든다’(썰물에는 나비잠을 자다 밀물이 돼야 바다에 간다)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정치상황이 바뀌면 중국인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질 것이란 낭만적 전망을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언제 또 나쁜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국 또 경제시스템 문제가 대두될 것이며, 그때 우리 자신은 한참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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