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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어느 날, 평소에 믿고 있는 벗이요, 동역자인 친한 벗으로부터 서울대 의대에 붙은 벽보라며 문자와 사진을 보내왔다.
평소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자는 안부 문자나 주고받는 사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진 파일을 열어 보지도 않았다가 이런 사진을 보낸 적이 없는데 서울대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열어 보았다. 아! 정치라면 이가 시릴 만큼 불신하는 나에게 촛불과 태극기의 의미랍시고 구구절절 쓴 장문의 내용이었는데 입에 올리기가 부끄러울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해석이었다. 이런 글이 서울대 의대에 벽보로 붙어있다니?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에. 하기야 이화여대도 썩어 문드러진 현실인데 서울대라고 지성인만 있겠는가? 헛웃음이 나왔다. 현재 이 나라에 불의와 타협하며 그 속에 숨어서 진실인 양 떳떳이 고개 들고 있는 이들이 명문대 출신들이 아니던가? (예외도 있긴 하지만.)
믿는 벗이랍시고 이런 글을 보내 준 이에게 뭐라고 답장을 주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잘 지내지? 진실을 보는 눈이 없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해.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이웃과 더불어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살려고 노력할 뿐이란다’ 그리고 끝났다. 그 후 한 글자의 답변도 받아 보지 못했다.
촛불은 순간이며 태극기는 영원하다는 건 누구의 논리인가? 좌파정치 선동 꾼은 누구며 누가 촛불을 든 이들을 좌파 정치 선동 꾼이라고 했는가? 촛불은 선동적이며 태극기는 안정적이라고 누가 정의를 내렸는가? 역사의 중심에는 나라가 잘못 갈 때 피눈물을 흘리는 젊은이들이 있었으며, 정부가 총과 칼로 그들을 위협할 때 그들의 손에 무기라고는 촛불밖에 더 있었는가?
지금의 이 작태는 한 여자의 주체하지 못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뉴스를 볼 때마다 과연 진실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지만 최순실이가 잘못해도 크게 잘못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녀의 제어장치가 없는 욕심이라는 주머니는 어디가 끝일까?
아무리 우매한 사람도 진실이 무엇인지 다 안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조선 시대 한 무당처럼 나라의 모든 주춧돌을 움직여 흔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서 무소불위의 세 치 혀로 대한민국을 농락했음에 틀림이 없는데도 아직도 그를 위해 잘못이 아니라 변호하는 변호인단의 뇌 속엔 어떤 괴물로 채워졌을까?
그리고 촛불은 그르고 태극기는 옳다는 분들의 심장엔 무엇이 심어져 있기에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과실들을 풍성하게 매달고 있는 것일까? 신성한 태극기를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제멋대로 흔들어 대면서 과연 후손들에게 부끄럽지는 않을까?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치부가 완연히 드러나자 대통령이 뭔 잘못이 있는가? 최순실이가 다 저지른 것이지 라며 옹호하는 이들을 보며 무서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이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행여 정치적 대화가 나올 성싶으면 정치와 종교 얘기는 여기서는 그만! 이라며 말문을 막아 버린다. 평소에 반듯한 이미지의 아는 분들의 사상과 이념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혹시나 감정이 상할까 염려 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하거니와 박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라를, 국정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 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지? 자존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해야 덜 부끄러울 텐데. 그리했다면 아주 오래 전 과거사가 들춰지지도 않았을 테고 돌아가신 아버지 박 대통령과 육 여사에게 잘못을 하는 불효도 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쨌든 이제 박대통령은 부모의 위상에 먹칠보다 더 더러운 칠을 했으며 국민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도, 용서되지도 않을 잘못을 범하였으니. 새봄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새날이었으면.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온기를 느끼는 세상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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