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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됐다. 이미 예측했던 바이기에 놀람과 기쁨도 잠시, 다시 비장감이 맴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장미대선에서 찔려 죽지 않고 민주주의 꽃을 활짝 피워내야 한다는 생각에 유권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사뭇 달라진다. 짧은 시간 안에 국가 통수권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중압감, 그러기에 더욱 주의를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난 3월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슬로건은 ‘성평등은 민주주의 완성이다’이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비장한 선언을 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여성에게도 빵과 장미’를 달라며 피눈물 나는 인권선언을 함으로써 세계여성의 날은 선포되었다. 그로부터 109년, 여성에게 생존과 참정의 평등, 진정한 의미의 인권이 보장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이 정치와 노동에서 소외되고, 역사와 일상에서 무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죽음으로 내몰린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지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대표되는 여성혐오 살인 사건은 이 땅의 여성을 공포와 불안감에 떨게 하고 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성폭력 발생률이 매년 전국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해마다 성폭력 사건은 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도내 하루 1건 이상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제주도 사회에서 여성은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굳건히 뿌리내린 가부장적 폭력문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인종, 성별, 지역, 출신, 외모 등 상관없이 누구나 인간이면 생존권이 보장되고, 기회의 균등, 표현과 참정의 자유가 보장되는 데 있다. 즉, 누구나 ‘보편적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에게 평등과 자유, 참정, 사회권이 보장되고 있는가? 어디를 보아도 여성은 여전히 그것들로부터 제 권리와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봄은 왔으나 여성에게 민주주의는 멀게만 느껴진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오는 선거의 기회는 여성들에게 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한치의 과오도 남기지 않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T.S.엘리엇은 ‘네 개의 사중주’에서는 ‘장미의 순간과 주목의 순간은 같다’라고 썼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다’는 시대의 황무지를 뚫고 과연 새로운 민주주의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장미대선을 앞두고 그의 시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죽음의 황무지를 뚫고 장미는 가시를 돋우고 제 잎을 공중을 향해 밀어 올린다. 하지만 장미꽃이 피고 지는 동안 이를 받치고 있는 주목의 시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피어오르는 자와 피어내게 하는 자의 시간은 같은 것이다. 즉 민주주의라는 장미는 이를 숭고히 떠받드는 자의 땀과 피에 의해 피어난다는 것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 1만 5000여 명의 여성이 한목소리로 터져 나왔던 ‘빵과 장미’의 외침이 아직도 유효하다. 따라서 2017년 5월 9일, 우리들의 빵과 장미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아직 어두운 대지에 움트고 있는 장미의 꽃망울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주목하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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