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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21일 오전 제주시 바오젠거리. 화장품가게, 식당, 의류점 등 거의 모든 가게의 간판 및 입구 안내판이 ‘중국어’로 돼있다. 평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마케팅을 펼친 흔적들이다.
하지만 이 중국어 안내판이 무색하게 이 거리에서 중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당국이 중국인 단체 관광을 제재하고 나서면서다.
중국의 한한령의 영향은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가게는 거의 텅 비어있었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은 내국인이었다. 간혹 보이는 중국인들도‘개별관광객’이었다.
거리 내 화장품가게 업주들은 유독 울상이었다. "그동안 일명 ‘싹쓸이 손님’이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매출을 올렸지만 이들이 없어질 경우 좀처럼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B화장품 점을 운영하는 양모(45·여)씨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관광객 위주 장사였는데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불안한 것은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 과거에는 가게마다 ‘중국어 가능자’를 구하느라 혈안이 돼있었다. 하지만 유커들이 줄어든 지금 자연스럽게 이들의 일자리도 이른바 '바람앞의 촛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I화장품 점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21·여)는 “중국어 가능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별다른 스펙 없이 쉽게 취업했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없어지면 일자리가 위태로워 질 것 같다”며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나,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나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상황은 이 곳만이 아니다. 인근 면세점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가 도로 위를 점거했을 테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형마트와 지하상점가를 잇는 ‘칠성로’ 등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한산한 거리와 업주들의 한숨만이 남았다.
하지만 일부 도민들은 ‘차라리 잘됐다’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바오젠거리에서 만난 이모(31·여)씨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이후 질서위반도 많이 안보이고, 불법주차하는 관광버스도 줄어들었다. 거리가 깨끗해진 느낌”이라며 “상인이 아닌 일반 도민 입장에서 마냥 나쁘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민 강모(53)씨는 “그동안 제주가 ‘중국인 섬’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런 인식을 바꿀 때”라며 “이번을 계기로 삼아 제주관광 이미지를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상인들도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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