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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기대했던 ‘사과’ 안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오전 뇌물수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그의 검찰 조사는 피해갈 수 없는 사법처리 수순이다.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뇌물 등 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처럼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청사 앞에 선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응분의 처벌을 받는 게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어제 검찰 포토라인에서 “검찰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송구스럽다”는 말이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죄송스럽다”는 말을 했다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었던 것같다. 솔직히 파면받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해야 적절했을 것이다.
오늘 중 검찰 처리방향 나올 듯
검찰은 아직 박 전 대통령의 조사 결과와 사법처리 정도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늘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불구속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본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모두 13가지다. 검찰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강요한 등의 범죄 혐의를 적용했으며, 박영수 특검이 뇌물수수 등 5가지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특히 뇌물수수 혐의 하나만 보더라도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박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를 계속 부인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설사 부인했다 하더라도 검찰 자체 조사와 특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뇌물죄는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가 더 무겁다. 이재용 부회장만 구속하고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으로 처리할 경우 검찰은 형평에 어긋난 조치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거나 일부만 인정했을 경우에도 대부분의 국민은 구속수사라는 엄정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죄 지었으면 처벌하는 게 정의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요건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와 함께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될 때다. 박 전 대통령은 범죄를 인정할 경우는 물론 부인할 경우에도 구속해야 하는 사유에 해당한다. 수사 중인 전 대통령이 도주할 우려는 없을 테지만,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충분히 있다.
현직 대통령 시절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검찰과 특검의 조사자료 확보를 위한 청와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미천한 사람이건, 귀한 사람이건 죄가 있으면 차별없이 공정하게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법치주의도 설자리를 잃는다. 미국연방대법원 건물 앞에는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에서 자유로워지는 나라가 되면 국민들의 법경시 풍조가 만연해 국가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법은 정의(正義)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범법행위에 대해 처벌을 받겠다고 용기 있게 말하고, 검찰 역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의 정신대로 처벌 수위를 정하는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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