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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주4·3사건의 전말
<3·1절 기념 시위>와 <제주 4·3사건>
1947년 3월 1일 제주북초등학교에서 3·1절 기념 제주도대회가 열렸다.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 기념식을 마친 제주 도민들은 3·1정신 계승과 외세 배격, 통일 독립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제주북초등학교에서 관덕정으로 가는 도로 모퉁이에서 어린이가 기마대의 말발굽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뜻밖의 사고로 인해 군중심리가 더욱 자극되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위대는 “경찰이 어린아이를 죽였다.”라고 외치며 대치하고 있던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향했다.
그때 제주도청(옛 제주경찰서) 쪽에서 총소리가 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에 당황한 경찰들이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은 3·1절 기념 시위 사건으로 제주 도민 전체 직장인의 95% 이상이 대규모 민·관 총파업에 참여하였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군정에서 제주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한 결과, 총파업이 경찰 발포에 대한 도민의 반감과 이를 증폭시킨 남노당의 선동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미군정은 사후 처리 당시 경찰의 발포보다는 남노당의 선동에 비중을 둔 강공 정책을 추진하였다.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군정 수뇌부들은 모두 외지인으로 교체되고, 응원 경찰과 서북청년단 단원 등을 대거 제주 지역으로 파견해 파업 주모자에 대한 검거 작전을 전개하였다.
검속을 시작한 한 달 동안 500여 명이 체포되고, 1년 동안 2,500여 명이 구금되었다. 그러는 사이 서북청년단은 제주에서 온갖 테러와 횡포를 일삼아 민심을 자극하고, 구금자에 대한 경찰의 고문이 잇따랐다. 급기야 1948년 3월에는 일선 지서에서 3건의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하자 제주는 폭풍전야의 위기 상황이 되고, 결국 <제주 4·3사건>으로 이어졌다.
1947년 <3·1절 기념 시위>는 결국 <제주 4·3사건>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제주 4·3사건 전말
-4월 3일 봉기와 미군정
미군정과 경찰 수뇌부는 제주도 토벌의 명분을 찾기 위해 ‘제주 폭동은 외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비상 경비 사령관의 자격으로 4월 5일 제주에 온 김정호 경무부 공안국장은 당시 사건의 윤곽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부임 첫마디에 “나는 이번 폭동 사건은 제주 도민의 주동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육지부에서 침입한 악질 불량도배들의 협박 위협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정호 사령관은 4월 28일 귀경,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도를 체포 해다가 문초하여 보면 대개 백정들로, 좌익계열에서는 일부 잔학한 살인을 감행하기 위하여 남조선 각지로부터 백정을 모집해 제1선에서 경찰관과 그 가족, 선거위원 등을 살해하는 도구로 쓰는 형편”이라고 터무니없는 낭설을 유포했다.
딘 군정장관마저 5월 5일 제주 시찰 직후 “제주도 외에서 온 공산분자들이 일부 청년을 오도하여 산에 가서 폭동을 일으켜 관리와 선거를 지지하는 자들을 위협 살해하고 있다.”며 외지인들의 선동에 의해 폭동이라고 발언하였다. 조병옥 경무부장은 한술 더 떠서 국제 공산주의와의 연계를 운운하였다.
그러나 제주도의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당시에도 이 같은 외부와의 연계설을 부인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당시 경무부 공보실장의 직책까지 가졌던 김대봉이다. 김대봉은 제주감찰청장도 역임한 바 있는 제주 출신 고위 경찰간부인데, 그는 제주 현지 시찰을 마친 뒤 5월 5일 귀경해 기자 회견을 가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폭동에 팔로군이 참가하였다느니 기관총을 가지고 있느니 하는 풍설이 있었으나, 그것은 전연 낭설이고 폭도들은 주로 제주 도민이고, 그 수효는 약 300∼400명으로 추축 되고 있다.”
제주 출신 홍한표가 1948년 8월 초 《신천지》에 기고한 <동란의 제주도 이모저모>에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북조선이니 팔로군의 원조와 지휘를 받느니 하던 초기의 풍문은 허설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 4·3사건> 당시 모슬포에 주둔한 경비대(9연대)의 김익렬 연대장의 현실 인식 또한 미군정이나 경찰 수뇌부의 주장과 사뭇 달랐다.
“맨스필드 대령(미군정의 제주도 책임자)은 자신을 포함한 우리 3인(맨스필드 대령, 김익렬 중령, 드루스 대위)이 당면하고 있는 난처한 문제들을 설명하고 자기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나로서는(김익렬) 생각지도 못하던 국제 정치 문제였다. 당시 UN은 UN의 감시 하에 남북한 동시 총선거를 실시하여 한국을 독립시키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한은 이 안을 거절하였고, 남한은 1948년 5월에 총선거를 실시하게 되어 있었다. 이를 반대하여 소련은 4월 UN에서 ‘2차 대전 후 미·소 양군의 점령지역 내에서 소련 점령지역의 주민들은 평화롭기만 한 반면 미군 점령 하에 있는 지역에서는 국민에 대한 미군의 폭정에 대항해 주민들이 각지에서 폭동과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제주도의 폭동사건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미국 정부를 국제적 선전무대에서 비난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미국 정부는 한국에 있는 딘 장군을 문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폭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제주도 폭동사건은 이와 같이 한국의 독립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내(김익렬)가 책임지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진압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련의 공산주의 선전을 봉쇄하기 위하여 제주도 폭동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에 의한 반란’으로 규정지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이에 대해 그러한 것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그것이 공산 폭동이냐 일반 민중의 폭동이냐 하는 것은 진압 작전에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이며, 더구나 그런 문제들은 나의 책임 소관 이외라고 답변했다.”
김익렬 연대장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소련의 공산주의 선전을 봉쇄할 목적으로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에 의한 반란’으로 규정했고, 소련은 <제주 4·3사건>을 <미군정의 폭정에 대항해 주민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홍성제 저 ‘이등병에서 장군으로’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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