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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
흙 속에,
얼음 속에,
바람 속에,
살아 있던 것들 모두 다 꼼지락거린다만
가으내 약숫물 뜨러 다니던 그 할머니,
봄날이 저물도록 보이지 않는구나
-반칠환의 ‘결석’ 모두
이 봄날, 하늘은 문득 출석부를 부르고 싶었나보다.
호명할 때마다 흙 속에서, 얼음 속에서, 바람 속에서
대답 대신 ‘꼼지락’ 몸으로 대답한다.
그러나, ‘꼼지락’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결석’이다. 이 ‘결석’이란 제목이 이 시 전체를 살리고, 이승과 저승을 소통한다.
밤을 떠나는 별처럼, 꽃을 떠나는 봄처럼 할머니가 떠난 지상은 허공만 남았다. 누군들 이 지상에서 어느 날 결석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결석한 날의 햇살, 바람, 은혜로움은 분명 출석한 날과는 다를 터이다.
오늘 지상의 책상에 자리 하나 비었다. 아니, ‘세월호’의 참사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책상의 자리가 비었다.
누가 알겠는가. 어느 먼 날 출석부 다시 부르면 그 맑은 웃음들이 ‘예. 예’하며 대답할는지.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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