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어도(본성)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선별 작업

[제주신문] 어도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토벌대의 선별 작업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희생자 홍의경의 아내는 “순경들은 남편에게 ‘이놈은 눈이 큰 걸보니 폭도같이 생겼다.’며 끌어냈다.”고 말했다. 주민 홍시범 씨는 “고문이 지독했지만 어차피 근거가 없는 추궁이었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 버티면 살고, 쌀 한 톨이라도 내놓았다고 실토하면 죽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 살아남은 사람들

강기황은 어도리 양민 학살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생존하여, 육군에 입대했다. 소령으로 예편하여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100명의 봉성리 청년들이 검속에 불려가서 학살을 당할 때, 경찰에 농업고등학교 선배의 주선으로 그는 생존할 수 있었다. 
제주 4·3사건 당시 제2연대의 최영구 소대장(3성 장군)은 한림에서 총살 현장에 있던 주민 23명을 풀어 주었다. 그 일 때문에 영창에 구금되었는데, 강경하게 대응하자 석방시켜 주었다.
나는 육군 중령 때 최영구 장군(소장)을 만났다. 내가 처음 만났을 당시 최영구 장군은 군수 참모부장이었다.

△한국 전쟁과 제주도의 비극

1949년 3월 제주도지구 전투사령부(사령관 유재흥)가 설치되었다. 제주도지구 전투사령부는 진압·선무 병용 작전을 전개했다. 유재흥 사령관은 한라산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이 귀순하면 모두 용서하겠다는 사면 정책을 발표했다. 이때 많은 주민들이 하산하였다. 1949년 5월 10일 재선거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그해 6월에 무장대 총책 이덕구가 사살되고 무장대는 사실상 궤멸되었다.
그러나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또다시 비극이 찾아왔다. 보도연맹 가입자, 요시찰자 및 입산자 가족 등이 대거 예비 검속되어 죽임을 당하였다. 또 전국 각지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4·3사건 관련자들도 즉결처분 되었다. 예비검속으로 인한 희생자와 형무소 재소자 희생자는 3,0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아직도 그 시신을 대부분 찾지 못하고 있다.
잔여 무장대들의 공세도 있었으나 그 세력은 미미하였다.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禁足)지역이 전면 개방되었다. 이로써 1947년 3·1절 발포 사건과 1948년 4·3 무장 봉기로 촉발되었던 제주 4·3사건은 실로 7년 7개월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따라서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 4·3사건>으로 빚어진 인명 피해는 25,000~30,000명으로 추정된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 및 물적 피해를 남긴, <제주 4·3사건>이 발발한 지 50여 년이나 경과되고, 그 원인과 억울한 희생자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전개되어 왔음에도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이 없었다. 더구나 정부 당국에서 인명 피해 및 물적 피해 실태를 조사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도 없었다.
<제주 4·3사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건의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월 12일에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약칭 ‘제주 4·3특별법’)을 공포하였다. 그 법이 공포되던 날 나는 정치가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홍성제 著 ‘이등병에서 장군으로’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