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리 봄바다

1.
겨울 넘긴 신천리
그 바다가 나를 부른다

2.
그 바다 긴 속눈썹에
섬 하나 잠겨 있어
혼자서 꾸던 꿈은
옹이처럼 박혔는데
밀물이 잠시 올라와
석화 몇 송이 피우고 간다.

-장원이의 ‘신천리 봄바다’ 모두

교래리에서 발원한 천미천이 길고 긴 여정 끝에 바다에 이를 무렵, 다리 하나가 놓인다. 배고픈다리다.

이 다리는 성산읍 신천리와 표선면 하천리를 잇는다. 봄빛을 따라 신천리 바닷가에 서면, 겨우내 내가 걸어왔던 시린 발자국이 들꽃으로 피어난다. 그래, 들꽃이 아닌 삶, 들꽃이 아닌 발자국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봄바다 긴 속눈썹에 그리움의 섬 하나가 잠겨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향기는 더 진할 것이다. 우리의 상처는 옹이가 아니라 꽃이다. 밀물도 얼마나 외로워야 이 봄날, 석화를 피우겠느냐.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