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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김익렬 장군의 증언
군인이 된 나는 육군본부 참모총장실에 근무하면서 김익렬 장군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김익렬 장군은 나에게 <제주 4·3사건>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었다.
김익렬 연대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박진경 연대장이 암살되자 그 사건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문상길 중위에게,
“네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라고 묻자
“9연대 김익렬 전임 연대장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김익렬 연대장은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여수 14연대에서 보직 해임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가 풀렸다. 김익렬 연대장이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여수 순천 반란 사건이 일어났다. 여수 14연대 연대장은 그 반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총살되었다. 만약 그 때 김익렬 연대장이 해임되지 않았다면 그도 역시 처형되었을 것이다.
김익렬 연대장은 ‘대포’로도 유명했다. 김 연대장이 뒷날 동해안 사단장으로 재직할 때 국정감사를 받게 되었다. 당시 국회의장 신익희 의원이 “사단에 부식은 충분한가?”라고 물었다. 김익렬 사단장은,
“우리 사단은 아주 배불리 장병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동해에서 멸치를 잡아서 뻥튀기로 튀기면 멸치가 동태가 됩니다. 그것으로 아주 충분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듣고 신익희 의원은 불쾌하였다. 서울에 와서 신익희 의원은 참모들과 의논하여 김익렬 사단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발언을 문제로 삼으면 사병들의 급식 문제가 수면에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참모들이 건의하여 무마되었다.
김익렬 장군은 전쟁 영웅이고, 정의감이 넘치는 군인이었다.
김익렬 장군을 만난 인연으로 나는 어릴 때 겪은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김익렬 장군이 나에게 직접 들려준 <제주 4·3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제주 4·3사건>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강경 진압과 양민 학살로 치달은 미 조정과 대한민국은 어떤 형태로든 도민에게 사과하여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주 4·3사건> 해결을 건의
<제주 4·3사건>이 나고 50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제주도가 배출한 현실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현직 대통령에게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진솔하게 보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나의 건의를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줬다. 만약 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하지 않았으면 <제주도 4·3사건>은 지금도 해결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가 2003년에 발표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99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근민 도지사의 건의에 따라 위령공원 조성을 위하여 정부의 특별교부세 3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것은 정부가 4·3사건 문제 해결에 첫 발을 내딛는 시발이 되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진상조사 배경)
위의 자료에 따르면 ‘우근민 도지사의 건의’가 마치 ‘4·3사건 문제 해결에 첫 발을 내딛는 시발’이 된 듯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오해가 없어야 하겠기에 그날의 앞뒤 정황을 이 자리에 기록하고자 한다.
1999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우근민 지사, 김창진 도지부장, 고진부 남제주 위원장, 정대권 위원장, 그리고 내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다가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주 4·3사건>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통령님,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여 주십시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기자가 제주도를 취재한 뒤에, 20세기에 한국에서 가장 큰 사건은 6·25 사변과 제주도 4·3사건이라고 기사를 썼습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그 해 11월에 계엄령이 선포된 때부터 10개월 사이에 민간이 수만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국민의 정부라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서 제주도의 도민에게 사과를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만이 2·8사건 때 원주민 3만여 명을 학살했는데, 이등휘 총통이 1995년에 사과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73년에 군부 정권이 3만 명 이상을 학살했는데, 민간 출신의 라울 알폰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가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고 당연히 사과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씀을 드리자 김대중 대통령은 우근민 도지사에게 지시했다.
“중앙에서 할 일은 내가 다 할 테니까, 제주에서 할 일 당신(우근민 도지사)이 하세요.”
우근민 도지사가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
“예. 제가 4·3공원 부지에 제단까지는 마련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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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60년 5월 제주대학교 학생들로 결성된 4.3사건진상규명동지회 7명의 멤버. 앞줄 가운데가 당시 구속된 이문교 회장. 사진은 고시홍씨가 제공했다. 고씨도 동지회 멤버 중 한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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