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천사 기행

서귀포 바다가 보이는 약천사 경내 불교 용품 판매점에
하얀 앞니 두 개 난 어린 부처가 보행기를 타고 있다
무구한 눈동자 들여다보는 초면의 중생을 향해 환하게 웃어 준다

제주 바다가 오롯하게 들어앉은 눈동자
약천사의 약수도

-정용기의 ‘약천사 기행’ 모두

아, 그랬구나.

아기 얼굴이 부처였구나.

그 눈이 곧 우주였구나. 그 순진무구의 우주 속에 제주바다가 오롯하게 들어앉았구나.

약천사의 약수도, 감귤꽃도 저 순진무구의 눈동자가 발원지인 것이다.

초면의 중생에게도 환하게 웃어주는 그 부처, 그 아기 엄마의 웃음을 보면서 내 눈은 왜 이렇게 흐린 것일까. 왜 내 눈은 한정된 것만 가두어 두려는 것일까. 필요한 것만 보려는 속세의 근성이 남아 있는 탓이겠다.
이 환한 봄날, 보행기를 탄 부처여, 내가 오늘은 그에게 합장하고 싶다.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