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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주 4·3사건> 해결을 건의
<제주 4·3사건>이 나고 50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제주도가 배출한 현실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현직 대통령에게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진솔하게 보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나의 건의를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줬다. 만약 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하지 않았으면 <제주도 4·3사건>은 지금도 해결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가 2003년에 발표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99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근민 도지사의 건의에 따라 위령공원 조성을 위하여 정부의 특별교부세 3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것은 정부가 4·3사건 문제 해결에 첫 발을 내딛는 시발이 되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진상조사 배경)
위의 자료에 따르면 ‘우근민 도지사의 건의’가 마치 ‘4·3사건 문제 해결에 첫 발을 내딛는 시발’이 된 듯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오해가 없어야 하겠기에 그날의 앞뒤 정황을 이 자리에 기록하고자 한다.
1999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우근민 지사, 김창진 도지부장, 고진부 남제주 위원장, 정대권 위원장, 그리고 내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다가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주 4·3사건>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통령님,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여 주십시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기자가 제주도를 취재한 뒤에, 20세기에 한국에서 가장 큰 사건은 6·25 사변과 제주도 4·3사건이라고 기사를 썼습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그 해 11월에 계엄령이 선포된 때부터 10개월 사이에 민간이 수만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국민의 정부라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서 제주도의 도민에게 사과를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만이 2·8사건 때 원주민 3만여 명을 학살했는데, 이등휘 총통이 1995년에 사과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73년에 군부 정권이 3만 명 이상을 학살했는데, 민간 출신의 라울 알폰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가 제주도 4·3사건을 해결하고 당연히 사과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씀을 드리자 김대중 대통령은 우근민 도지사에게 지시했다.
“중앙에서 할 일은 내가 다 할 테니까, 제주에서 할 일 당신(우근민 도지사)이 하세요.”
우근민 도지사가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
“예. 제가 4·3공원 부지에 제단까지는 마련을 하겠습니다.”
△ 김대중 대통령과 나의 진솔한 대화
나는 그 자리에서 서해안 문제도 언급하였다. 당시 서해안에서 북한 함정과 대한민국 함정이 밀고 당기고 있었다. 화해 협력을 추구하는 시기에, 어느 누구도 대통령에게 말을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나는 직설적으로 말씀을 드렸다.
“서해는 어떡할 겁니까?”
“우리 함정하고 이북 함정하고 부딪치면 이북 함정들이 쭉쭉 찌그러진다고 해.”
“북한은 돈이 없어서 어선 같은 것을 군함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쪽이 다 무장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그걸 밀고 당기겠습니까?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가 선제 공격을 취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서해안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었다. 그날 서울에 와서 TV를 보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에 와서 안보수석을 불렀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고 15일에 우리 군함이 북한 측의 군함을 쏴버렸다. 나의 짐작이지만 제주도에서 나의 말을 듣고 김대중 대통령이 결단하신 것이다. 그 후 임동원 장관에게 그 과정을 물었다. 한 2주전부터 준비를 다 하였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결단을 유보하는 과정에서 나의 발언이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 김대중 대통령에게 <NLL 해결 방안> 건의
김대중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북한에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있다”고 말씀하셨다. “NLL은 미국이 제정한 선으로 국제법상으로는 문제점이 있다.”고 북한에서 주장하지만 “이제 와서 NLL을 새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국경선이 되 버렸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 물러나 중간 지대를 만들어서 남북이 공동 어업을 하고 우리가 이북 선박의 어획량을 사주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건의하였다.
제주도에서 식사를 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홍성제 위원장, 법에 걸렸다며?”
(내가 법에 걸렸다고 우근민 도지사가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예.”
“그럼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못하잖아?”
“예.”
“뭐 자기 일도 아니고 남의 일 가지고 한 건데 뭐 문제가 있겠나.”
나는 1년간 피눈물 흘리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그날 김대중 대통령이 일부러 그렇게 말씀을 하니 대통령이 나를 사면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사면을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당시 분위기에서 내가 출마했으면 당선은 당연했다. 사면을 받지 못하여 출마조차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하여 온갖 수모와 모멸을 받아야 했으니 감내하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결을 요구하였고, 나의 건의를 김대중 대통령이 받아들여 제주도 4·3사건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도민에게 사과하였으니, 나로서는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안> 국회에 상정
1999년 6월에 제주도에서 상경한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남궁진 수석에게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발의를 지시하였다.
△ 추미애 의원 발의 내용
1999년 12월 16일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추미애 의원(새정치국민회의)은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해방 정국 아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제2 제3의 노근리 사건들이 무려 7년 동안이나 제주도 곳곳에서 수년 동안이나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되어 일어났다는 것을 제가 지난번 대정부 질문 시에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사건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피해자 규모조차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그 동안 이 사건을 덮어두었습니다. 그러나 죄없이 죽어가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양민피해가 있었다면 이제 이를 조사하여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는 것이 역사를 승계한 후대의 의무일 것입니다.
이미 1999년 11월 18일 한나라당 소속 노정일 의원 외 112인의 의원으로부터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 법안의 제안이 있었고, 같은 해 12월 2일 본 의원과 새정치국민회의 102인의 의원님으로부터도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 법안이 각각 발의되었던 바 우리 위원회에 회부되어 왔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11월 29일 제 208회 국회 정기회 제7차 위원회에 상정한 후 진지하게 심사한 결과 이 두 법률안 모두 그 내용이 제주 4·3사건 당시의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주민들에 대하여 정부 차원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그 유족 등 관련자의 명예 회복을 내용으로 하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두 건의 법안을 각각 폐기하고 그 내용을 각각 수용 조정하여 위원회 대안을 제안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대안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첫째, 제주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법에 의한 희생자 등의 심사 결정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같은 실무위원회를 두고, 둘째, 정부는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위로하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위령 제례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위령묘령 조성, 사료관 건립 등 사업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셋째, 희생자 중 계속 치료를 요하거나 또는 보조 장구의 사용이 필요한 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 지원금 생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넷째, 제주 4·3사건 당시 호족부 소실로 호적 등재가 누락되거나 호적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된 경우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절차에 의하여 호적을 정정할 수 있도록 법률을 규정하였습니다.
제주 도민은 더 이상 기다리기에도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제주 도민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21세기를 맞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각 당이 제주 도민에게 이 법의 통과를 굳게 약속한 이상 그 신의를 저버리지 않도록 본 의원이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이날 박준규 국회의장 사회로 진행된 국회에서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2000년 1월 12일에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약칭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관련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 법을 공포하였다.
홍성제 著 ‘이등병에서 장군으로’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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