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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노무현 대통령 제주 4·3사과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제주도를 방문할 일정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공항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위원장들하고 식사 한 번 하시죠.”
내가 먼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 제주도에 휴가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냥 좀 쉬다 가겠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제주도에서 노사모 회원들을 만났다.
“이번 대선 때 제주도에서 누가 가장 노력을 했나요?”
노사모 회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물었다.
“홍성제 위원장이 가장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노사모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때부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제주도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갈 때 나는 공항에 들러 대통령 당선자를 배웅했다. 나를 발견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쫓아오면서 악수를 청했다.
“2004년에는 국회의원을 하셔야죠.”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나를 대했다. 노사모 회원들이, 홍성제 위원장이 가장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는 말을 듣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나는 나중에 전해 들었다. 바로 그날 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제주 4·3사건>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나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화를 제주도 도지사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도 4·3사건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 대국민 사과를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은 사과를 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께서 임기 내에 사과를 꼭 하여 주십시오.”
그날 나의 제안을 수렴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에 가서 미국 군정과 이승만 정권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단일 사건으로, 범정부적으로는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아픈 역사의 매듭을 푼 것이 바로 제주 4·3사건이다. 과거사 문제의 일환이었지만, <국민의 정부> 이전부터 논의가 시작되었고, 제주 4·3사건의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명예 회복이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 제주 4·3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그 보고서만으로도 상당한 명예 회복이 됐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대통령 발표문>
존경하는 도민과 유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55년 전, 평화로운 이곳 제주도에서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중의 하나인 4·3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주 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었습니다.
저는 이번 제주방문 전에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2년 여의 조사를 통해 의결한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된 데 대한 정부의 사과와 희생자 명예 회복, 그리고 추모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건의해 왔습니다.
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 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 사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여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서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제주 도민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 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 냈습니다. 제주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전 국민과 함께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가가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금전적으로 배상을 한들 사건 당시에 빼앗긴 삶과 인생이 돌아오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국가의 진정성이다. 국가가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 또 그런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국민들 사이에서도 화해와 통합이 이뤄진다. 더 나아가서 박근혜 정부는 늦은감이 있지만 4·3사건을 국가 추모일로 지정하여 피해자의 한을 달랬다.
(끝) 홍성제 著 ‘이등병에서 장군으로’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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