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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부모님 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어버이날이 되면 카네이션을 사다가 아침에 부모님의 가슴에 옷핀으로 달아 드렸던 추억이 있다. 학업을 핑계로 집을 떠나 있으면서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찾아뵌 적은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어버이날이 겹쳤을 때만 가능했다. 올해 어버이날에도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어렵다.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영혼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영국·그리스의 풍습과 1910년경 미국에서 한 여성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준 데서 유래했다. 그러다가 1914년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윌슨이 5월의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식 기념일로 정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머니날을 기념한다. 미국에서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우리나라는 1956년부터 ‘어머니 날’로 기념하여 오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제정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어버이의 은혜를 감사하며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즉,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효 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해온 법정기념일이다.
현대에 있어서 어버이날의 의미는 많이 퇴색해져 가는 것 같다. 어버이날이 되면 카네이션 하나로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부모와의 관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부모님과 함께 한 집에서 살던 3대 이상으로 이루어진 대가족의 가족양식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부모님을 직접 집에서 모시는 것보다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오히려 당연해 진 핵가족 시대 또는 1인 가족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은 대통령선거일이 5월 9일로 정해지면서 샌드위치 데이가 되었다. 어버이날 하루를 연차내면 최대 7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어 해외로 제주도로 여행을 많이 간다고 한다. 이럴 때 부모님과 함께 3대가 여행을 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가 바뀌고, 산업과 교육 환경이 바뀌면서 더 이상 부모님과 함께 어버이날을 지키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때를 자녀들도 대비해야 하지만, 부모 세대 또한 대비해야 한다. 런 날이 더 빠르게 올지라도 나의 바람은 되도록이면 그 날이, 그 때가 천천히 왔으면 한다.
부모와의 사랑과 정이 옅어지는 이 시대에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되면 어떨까?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직장인 585명을 대상으로 ‘5월 가정의 달, 경제적 부담 및 공휴일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 한 결과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13.9%, ‘반대한다’는 6.2%였다. 나 또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단순히 하루 더 놀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휴일로 지정하여 힘들더라도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뵐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자녀들에게 기회를 주고, 또한 부모에게도 부모로서 생각해볼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고, 지금은 카네이션 바구니를 드리고 있다. 이제는 나도 아빠가 되어 딸과 아들에게서 카네이션을 때로는 엽서그림으로, 때로는 종이로 만든 것을, 때로는 모아 놓았던 용돈으로 산 것을 받기도 한다. 빨간 카네이션의 꽃말은 건강을 비는 사랑 또는 존경이다. 멀리서지만 그 사랑과 존경을 부모님께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아버지, 어머니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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