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발톱 마삭줄의 날카로운 발톱이
때죽나무 저 아스라한 절벽을 노려보고 있다
마침내,
한 자 가웃의 허공을 잘라
갈기를 꼿꼿이 세우며 기어오르는 동안
층층이 짓물린 발톱자국 아무도 본 적이 없다

-허형만의 ‘발톱’ 모두

밤새 마삭줄은 어디로 튈 것인가를 고민했을 터이다.

때죽나무까지의 거리는 아득한 벼랑, 한 자 가웃의 허공을 건너

힘껏 발톱을 내민다.

식물성인 마삭줄이 거친 한 마리 야수같은 동물성으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해 낸 시인의 저 능청이라니!

내일 아침 마삭줄 꽃 한송이 때죽나무 아래 떨어져 있다면

마삭줄이 밤새 깎은 초생달 발톱인 줄 여기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