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 김인중 |
[제주신문] 내 부모님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나에게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3형제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아버지를 닮은 아들은 바로 나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럼요, 아들이 아빠를 닮는 것이 당연하지요!’라는 말을 전하게 된다. 그게 바로 유전현상(heredity)이라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생물은 유전이라는 현상을 통해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을 유전물질(DNA)의 복제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생명의 연속성을 부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생물종을 유지하게 하는 근본 기작이 된다. 복제한 유전물질의 자손에로의 전달은 부모의 형질을 자손에게 전달하여, 자손이 부모를 닮게 만드는 이유이다.
유전현상은 범인을 찾거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법의학에서 활용하기도 하고, 막장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친자확인에도 활용한다. 볼세비키 혁명을 통해 무너진 러시아의 로마노프 황제일가의 유골을 확인할 때도 사용하였고, 지금도 가슴 한쪽을 먹먹하게 만드는, 인양된 세월호에서 발견된 실종자의 유골의 신분 확인도 유전현상을 활용한 DNA 지문법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부모의 형질은 자손에게 그대로 나타날까? 형질에 따라 부모의 형질 중 한 명의 형질만이 자손에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형질의 중간 형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부모 형질이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부모에게 없던 형질이 자손에게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부모가 자손에게 전달해주는 유전물질이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재조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설명이 된다.
뿐만 아니라 생물 개체에서 나타나는 형질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혈액형처럼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형질도 있지만, 키나 몸무게처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양적형질도 있다. 이에 따라 양적 형질의 변이에서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지표가 유전력(유전율, heritability)이다. 일부 연구에서 보면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IQ 유전력은 42%이다. 유전력이 42%라고 한다면 환경이 미치는 효과는 58%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IQ유전력이 52%, 출생 후 분리되어 다른 가정에서 양육된 일란성 쌍생아에서는 IQ유전력이 72%로 매우 높게 나왔다. 이와 같이 유전력을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면, 일부 책임은 부모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부모의 모든 책임은 아니다. 환경요인이 많게는 58%에서 28%로서 자녀에게 책임을 돌릴 여지도 있다. 일부 환경(가정, 경제 등)은 부모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자녀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이 친구관계이고, 가정보다는 많은 시간을 학교, 학원에서 보내는 현실에서는 환경의 대부분은 부모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환경의 대부분은 자녀 스스로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제어를 잘 하면 학습성과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학습에 실패하기도 한다. 쥐를 가지고 수행한 미로 실험에서 좋은 환경은 어리석은 쥐를 영리한 쥐와 비슷한 미로찾기 실수 횟수를 나타내게 만들었다. 즉, 환경이 유전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스스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으로 바꾸면 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게임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공부를 잘할 수 없다. 혹시 부모 모두가 천재라면 모를까.
교육기부로 도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회, 요양원 등을 방문하여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아버지를 닮은 나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하나의 환경이 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