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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양도
서현석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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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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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번씩은 꼭 찾아가는 섬이 있다.
바로 비양도다.
딱히 꼭 보고 싶은 게 있어서도 아니지만 그곳에 가면 느낄 수 있는 호젓한 분위기가 다시 찾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어지러운 도심의 분위기를 벗어났다는 일탈의 즐거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동차가 없는 섬.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섬. 매연도, 소음도 없는 비양도에 닿으면 온갖 잡념을 다 떨칠 수 있다. 쌓인 스트레스며 찌든 몸까지도 씻겨가는 기분이 된다. 그곳에서는 바다와 하늘과 오름이 벗이다.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그 비양도에 케이블카를 놓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도항선을 타면 10분 남짓 걸리니 배를 타는 시간이 짧아 오히려 조금은 아쉬울 듯한 짧은 거리다.
케이블카가 생기고 사람들이 북적이면 그 아름다운 해안도로에는 어느새 자동차가 몰려다닐 게 뻔한 일이다. 펄랑못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어디에서든 만나는 야생화며 철새들의 모습도 사라질지 모른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인위적 시설들을 곳곳에 만들어 놓을 테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환경을 가졌던 비양도는 어느덧 사라지고 말 것이다.
현실을 과거로 되돌려 놓지는 못한다. 부서진 자연과 환경을 뒤늦게 후회한 들 이미 그 때는 늦어버린다. 파괴는 순식간이지만 그 복구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은 많은 경험을 통하여 모두가 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파괴후의 복구는 또 다른 파괴를 낳을 수 있으며 본디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파괴된 식생, 떠나버린 철새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저 쉽고 편하고 빠른 것만 추구하는 우리들의 의식과 욕구는 물질문명의 발달을 재촉한다. 이와 더불어 성장해야할 문화는 그 정체성을 잃고 그저 눈과 귀가 즐거운 자극적인 부분으로만 치닫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감성과 지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함에도 오직 감성에만 치우치는 인성이 세태를 지배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중심에 서있는 현실은 종착지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인데도 오로지 현실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사고가 만들어내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신과 배반의 사회다.
용진각 대피소가 무너지자 대신 만든 삼각봉 대피소는 차라리 흉물스럽다. 대피소라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곳에 마땅히 세워져야 했음에도 삼각봉 코앞에 딱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라니... 이 역시 자랑스럽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의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인가 싶은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도 않는 오름에 산책로를 개설한 모습도 곳곳에 보인다. 이미 사람 발자국이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될 일을 애써 넓히고서는 타이어매트며 나무 계단을 설치하는 일마저도 모자라 콘크리트 포장까지 해놓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환경개선이고 환경보존이니 도리어 분통이 터진다.
천혜의 자연환경은 제주의 상징이다.
그래서 한라산과 일출봉,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지만 이를 어떨게 지키고 보전해 갈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관광과 연계하여 자랑하는 모습은 오히려 염려스럽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이 하나 씩, 둘 씩 변형되고 파괴되어가는 현실은 오히려 제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개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변화와 변신을 시도하는 방법을 과연 생각해 보았는지를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서현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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