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시골학교 축구선수가 드디어 수만 관중이 모인 U-20 월드컵 대표선수로 나가 뛰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취타를 배운 지 고작 3개월, 나발과 소라, 호적 등 관악기를 맡은 어린이나 징과 북, 바라 등 타악기를 맡은 어린이나 다들 손에 땀을 쥐었을 것이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현대식 취타대 복장인 노란색 옷과 모자가 아직 익숙지 않아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초롱초롱하고 어깨도 으쓱 한껏 올라가 있었다.  
지난 5월 중순, 성산읍민 한마음체육대회는 아이들에게 데뷔 무대였다. 성산읍 14개리 읍민들이 다 모인 가운데 난데없이 취타대가 등장하자, 다들 수군거렸다.
몇몇 눈썰미 밝은 어르신들이 자기 손자 손녀를 알아보고 먼저 환호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풍천초에서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취타대도 꾸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토록 빨리 데뷔할 줄은 몰랐기에 더욱 대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