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멜

해 질 녘 모슬포 부둣가 한 귀퉁이
아들이 갓 잡아온 멸치를
할머니가 손질해 말리고 있다

5천 원 주고 꽃멜 한 봉지 얻어 배낭에 넣었다

갈매기들이 따라온다, 길고양이도 따라온다
‘한 마리 주면 안 잡아먹지’
절반을 주고 십리 길 절반은 왔다

-이명수의 ‘꽃멜’ 일부

꽃멸치를 제주에선 ‘꽃멜’이라 한다.

꽃멜의 산란기는 보리 익는 철.

꽃멜 먹고 꽃잠 자는 시인에게 무슨 욕심이 더 필요하랴.

인생은 이렇듯 5천원에도 동무가 생기고 추운 등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루하루의 모든 일을 저울에 올려 손익의 무게를 달아보는 사람들에겐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해질녘 모슬포 부둣가 한 귀퉁이에 꽃멜을 손질하는 할머니는 영락없는 내 어머니다. 그 부둣가의  식당에서 꽃멜 소금구이를 먹거나 한 줌 뜯어낸 쑥에 버무려 튀김을 하거나, 한 됫박 소금에 곰삭은 젓갈국물을 쿡 찍어 보리밥 몇 숟갈 넘겨보자.

아무렴… 따뜻한 돌담아래 꽃잠 아니 들겠는가.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