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얼마 전 목욕탕엘 갔다가 나이 지긋한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제주시 바닷가 어느 지역에 콸콸 넘쳐나던 용천수가 느닷없이 고갈되었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그 원인을 그 윗마을에 새로 생긴 목욕탕에 두고 있었다. 그 목욕탕에서 지하수를 대량으로 뽑아 쓰기 때문에 그런 사단이 발생한 것이라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두 분의 대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확대 적용해보았다. 가령 그 목욕탕이 특정 지역에만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중·산간지역 전체에 걸쳐 건축한 시설물이라고 보았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바닷가마을로 흘러드는 모든 물 흐름이 차단되는 한편, 용천수도 용천수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자연히 지하수의 공동화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여기에 바닷물이 역류하여 최종적으로는 상류의 지하수마저 염분수와 뒤섞이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말은 곧 바닷가마을은 물론이고 그 윗마을까지 소금기 섞인 물을 사용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소금기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사람들, 소금기 물로 자라나는 식물과 농작물들, 소금기 물을 먹는 가축들. 그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그런 상태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삶다운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제주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