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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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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17: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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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누가 저 높은 나무 끝에 열쇠를 걸어 놓았나. /저녁 풀잎 사이 샛길로 몰래 가서 저 열쇠를 내려 /사랑하는 사람의 방문을 열라는 것인가. / 밤 하늘에 그려진 저 손을 가져다가 / 차가운 그녀의 가슴을 열라는 것인가.
- 이성선, ‘북두칠성’
어렸을 때는 누구나 별과 가까워진다. 그 땐 아직 별을 광물로 인식하지 못한다. 달도 마찬가지다. 우리 설화에도 달과 별의 이야기가 많지만 지구의 위성인 달에 대한 얘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북두칠성이라 불리는 그 일곱 개의 별들은 서양에서 큰곰자리의 일부분으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는 국자와 비슷한 ‘두기’를 닮아 두(斗) 자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북두칠성을 볼 때, 우리는 으레 국자를 연상한다.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그 국자로 술을 떠서 백성들을 취하게 먹이고 싶다는 구절이 나온다.
허나 이제 이 설악의 시인은 그 일곱 개의 별에서 열쇠를 연상한다. 화자는 지금 꽉 막혀 있다. 열쇠란 자물쇠를 잠그거나 여는 데 사용하는 물건이다. 그녀의 가슴은 단단히 잠겨 있다. 아무리 애써도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벌써 몇 년인가. 딴에는 별 방법을 다하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녀와 나는 인연이 먼 것인가.
그렇게 고뇌하는 밤이 이어진다.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짓는데, 저기 북두칠성이 떠 있다. 이제 그에게 그 별들은 국자가 아니라 열쇠다. 그 열쇠를 가져다 잠긴 그녀 마음의 문을 열고 싶다. 내놓지 않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 마음을 열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다 이런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있다. 허나 그 열쇠를 찾기가 요원하다. 삶은 그 열쇠를 찾아 헤매는 험한 여정인가 보다.
모든 것 가운데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은 최소한 필요할 때 켜지고 꺼지는 불이 아니다. 삶이 우리에게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할 때, 하늘에서 빛나는 별, 상징처럼.
-원구식, ‘별’
별은 붙박이별과 떠돌이별로 나누어진다. 땅 위에서 보는 붙박이별은 반짝거리지만 떠돌이별은 반짝이지 않고 고요히 빛난다.
이 시의 별은 물론 붙박이별이다. 우리 은하계에는 약 1000억 개의 붙박이별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항성들이 있는 것이랴. 밤에 그 많은 별들은 어떤 것은 밝게, 어떤 것은 희미하게 빛난다. 그 별은 하늘이 흐려 안 보일 때도 있지만, 밤이면 언제나 캄캄한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 갇혀 헤매 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변함없이 빛나는 별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이랴.
별은 땅 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하여 사람들에게 공리적인 인식을 주지 않는다. 가령, 꽃이거나, 새이거나, 나무이거나, 강물이거나, 바닷물 같은 자연물은 그걸 존재 자체로 보지 않고 이해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허나, 우리가 가 닿기가 거의 불가능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것을 존재 자체로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일 수밖에.
인간이 만든 불들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켜지고 꺼지지만, 하느님께서 만드신 저 별은 영원히 꺼질 수가 없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세상에 묻혀 존재를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여 우리의 눈이 흐려져 갈 때, 자주 자주 밤하늘의 별을 바라봐야 하리라. 그러면 별은 그 자리에서 크고 작게 그냥 아름답게만 빛나고 있을 것이니.
그대여, 가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자. 그렇게 존재 자체를 보자. 아름답다는 생각조차 없이 별과 하나가 되자. 내가 별을 보는 게 아니라 별이 나를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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