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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
임창준  |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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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2  17: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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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제주도 속담에 ‘도둑놈은 한 가지 죄, 도둑맞은 사람은 열가지 죄’란 말이 있다. 도둑은 물건이나 돈을 훔친 죄 하나밖에 없으나 잃은 (도둑 맞은) 사람은 간수를 잘못한 죄, 공연히 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의심하는 죄‘ 등등으로 도리어 여러 가지 죄를 짓게 됨을 이르는 속담이다. 따라서 평소 물건이나 돈을 잘 간수해서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도둑 맞고 죄 된다” “내 것 잃고 죄 짓는다” 라는 전국 공통의 속담과도 대동소이하다. “도둑 맞으면 어미 품도 들춰본다”는 전국 속담도 있는데, 물건을 잃게되면 주변에 누구나 다 의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는 심지어 가장 가까운 부모까지도 의심하게 된다는 말로서 앞의 속담들과도 상통한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꼬마가 있다. 워낙 명랑 쾌활하고 학교에서도 학우들과도 잘 어울려 학교생활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한번은 학교에서 조사한 적성검사 취미 난에 다른 아이들은 미술 독서 야구 축구 수영 서예 컴퓨터 등을 써놨는데 이 꼬마는 ‘학교 가기’ 라고 적어 놀 정도로 학교생활을 즐기는 아이다.
그런데 이 꼬마에게 갑자기 ‘사건’이 생겼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가방을 방바닥에 내던지고는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엉엉 울어버린다. 영문을 모르는 엄마가 하도 이상해서 아이를 겨우 달래며 이유를 물어봤다. 자기 뿐 아니라 자기 친구들을 도둑취급해서 억울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한 어린이가 돈을 잃어버렸다며 선생님께 신고하자 선생님과 반장은 전체 어린이들의 책가방을 수색하고 호주머니를 일일이 털어 봤다는 것이다. 범인도 못 잡은 채…. 나중에는 어린이 전체가 꿇어앉아 손들기 벌까지 섰다한다. 한 어린이는 돈을 잃었지만 나머지 40여명의 같은 반 어린이들은 졸지에 죄인 신세가 된 것이다. 천진난만한 동심을 멍들게 한, 돈 잃은 어린이의 죄는 얼마나 될까.
옛날부터 대문. 거지. 도둑이 없어 삼무(三無)의 아름다운 풍속도를 영글었던 이 고장 제주지역이 어느 새 요즘엔 전국에서도 유명한 ‘도둑 난립지역’이 돼버렸다. 관광지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진 원인도 크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유입 정착된 인구증가와 함께 이 고장 구성원들의 도덕 불감증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1년간 도둑맞아 신고되는 건수가 2000건이 넘는다. 도둑을 맞거나 잃어버려도 경찰에 오라 가라 하는 것이 싫고 귀찮아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워낙 많은 실정까지 감안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매일 ‘양상군자’(梁上君子) -도둑-들이 활개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경찰의 방범 예방활동이 실종된 것일까? 경찰의 가장 중요한 업무의 하나가 바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활동이다. 국가의 본질이 18세기 도둑이나 잡는 야경(夜警)국가의 소극적 개념에서 적극적인 종합복지 국가 개념으로 탈바꿈한 오늘날이지만 경찰의 방범 예방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강도와 절도범 검거 및 예방활동을 경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잘못이다. 경찰 자체의 꾸준한 방범. 수사활동과 함께 무엇보다도 시민 방범의식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가령 외출할 때 집안에 라디오라도 켜 놔서 사람이 집안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도 범죄 예방의식을 일깨우고 도둑이 울타리를 넘지 못하게 하는 한 방법도 됨직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간 착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을 그저 도둑으로 의심하기 쉽다. 그 ‘의심 죄’ 죄목은 비록 법전에는 없지만, 징역 5년쯤의 집행유예에 못지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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