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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목련 봉오리로 쓰다
오늘, 마당 가득 지등(紙燈)을 켭니다.
목필화(木筆花) 봉오리 화르라니 피어나
짙은 어둠 속 백등(白燈)으로 흔들립니다.
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었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 것이라고 합니다.
사월만 되면 불어대던 광풍(狂風),
수상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봉오리를 쥐고 흔들던, 그 날의 바람, 목덜미를 스칩니다.
하지만 오늘, 다시 바람이 붑니다.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당신들의 이름을 어루만지는 바람,
붓을 쥔 손이 떨립니다.
안개 가득한 들판에 투명한 글씨로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도 안녕하냐고 묻지는 않겠습니다.
-변종태의 ‘목련 봉오리로 쓰다’ 일부
제주도민들은 해마다 4월 하늘에 무슨 말인들 쓰고 싶지 않았으랴. 그 무렵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긴 꽃들이 피어난다. 목련화 즉, ‘목필화(木筆花)’인 것이다.
봉오리를 쥐고 흔들던 그날의 바람은 가고 당신들의 이름을 어루만지는 봄바람은 왔다.
그러나 왜 꽃봉오리가 여태껏 북쪽으로만 향하는지는 굳이 묻지 말자. 시인의 붓도 ‘안녕하냐고 묻지 않겠’다고 한다.
이 시의 전문은 4월 19일 제주평화예술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월 의 하늘에 피어나는 평화의 노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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