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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
여든 둘 시어머니가 문에 섰다 하시는 말?
-이종문의 ‘밥도’ 모두
이종문의 시는 읽을 땐 웃음이 나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과 해학이 있다.
기발한 발상과 맛깔스러운 입담으로 시조의 또 다른 진경을 펼치고 있다.
이 시도 달리 해설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집에 들어오는데 시어머니가 문에 지켜 섰다가 느닷없이 내뱉는 한 마디가 다시금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자신의 아들을 금방 땅에 묻었는데 밥이나 달라는 이 웃지 못할 기막힌 슬픔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밥으로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기막힌 일들이 왜 없겠는가. 오늘은 제일 만만한 사람에게 경상도 방언으로 말해 보자. 밥도!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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