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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이번 제주4·3평화재단에서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간행했다. 현재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이문교가 편찬·발행하고 고시홍이 편집위원장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이 책은 무려 1161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짜여있다. 이 책은 4·3의 발생원인 및 발생, 발생과정, 귀결 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기술되지는 않았으나 탐독하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들은 익히 어림잡을 수 있으므로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동안 수렁 속에 놓여있었던 4·3을 수렁에서 건져 올리기 위한 단체와 개인들의 지난한 노력과 헌신과 희생이 뒤따랐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대충 간추려보면 ‘서장’을 필두로 하여, 제1부 ‘제주4·3진상규명 운동과 탄압’, 제2부 ‘4·3진상규명운동의 성과’, 제3부 ‘화해의 대장정’ 이라는 상위항목 아래 각 장에 해당하는 여러 개의 하위항목을 두어 4·3진상규명을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 탄압, 어려움(시련), 극복, 화해와 상생을 위해 앞으로 매진하고자 하는 정신들이 결국은 오늘의 빛나는 성과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4·3 진상 밝히기에 대한 노력들은 여러 분야에서 이뤄졌다. 먼저 이를 위해 결성된 몇 개의 단체와 집단의 활동 및 성과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1960년 당시 4·3사건 진상규명동지회의 4·3진상 파헤치기, 1987년 도외 지역에서 결성된 제사협, 1989년 제주대학교 학생들의 4·3 41주기 추모대회, 1989년 사월제공준위의 첫 4·3추모제 등의 활동과정과,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58주년 위령제 참석 및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 등에 이르기까지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험난한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은 단체들, 곧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 4·3 진상 밝히기는 위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제주4·3연구소의 4·3현장조사, 증언 채록 활동과 추모제 봉행, 합동위령제 주도, 자료 발굴 사업, 유해 발굴 등의 수많은 업적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나 대중 사업을 통해 이를 알리고 보편화하는 작업에 있어서도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안기관으로부터 받은 탄압과 그로 인한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은 끝까지 진실을 꺾지 않았다.
제2대 소장으로 있었던 고창훈과 제3대 소장이었던 김창후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경우는 예술 방면에도 적용된다. 먼저 문학 방면에서는 김명식 시인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제주민중항쟁 Ⅰ·Ⅱ·Ⅲ』을 출판했다는 죄목으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으며, 현기영은 『순이 삼촌』으로 필화사건을 겪는 한편 공안기관에 끌려가 호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주는 충격과 파장은 대단했다. 『화산도』의 재일작가 김석범은 국내에서의 번역출판을 계기로 한국에 들어오려 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물론 지난 정부에 의해서다. 도외 시인인 이산하는 『한라산』이라는 장편서사시를 써서 필화사건을 겪는 참담한 일을 겪기도 했다.
미술에도 빼놓을 수 없다. 탐라미술협의회 회원이기도 한 강요배는 모두 50점의 연작으로 구성된 『동백꽃 지다』를 주제로 한 그림전시회를 열면서 충격파를 던졌다. 탐라사진가 협의회의 ‘4·3사진전’, 놀이패 한라산의 ‘4·3마당극’, 그리고 숨비소리와 우리노래연구회의 ‘4·3음악’, 그 외 ‘4·3영화’ 등 4·3을 드러내는데 훌륭한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오늘의 성과를 이루는데 혁혁한 업적을 이루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제주사회에 진정한 상생과 화해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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