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西歸浦, 동쪽으로 가요

해와 달을 따라가다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서
돌아서 가요

가도 가도 줄곧 달아나는 서쪽으로
가고 있는 그대에게 닿으려면
동쪽으로 가는 게 질러가는 거라고
지구는 둥글어서
가다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될 테니까요

-유안진의 ‘서귀포西歸浦 동쪽으로 가요’ 일부

이런 말이 있다. ‘달마가 동으로 간 뜻은 달마대사만이 알 것’이라고.

모두가 서쪽으로 가니, 나마저 서쪽으로 가는 것이 시시해져서 동쪽으로 간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해도 달도 그대도 모두 서쪽으로 가니, 나마저 서쪽으로 가면 평행선이 되어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란 절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이 시를 낳게 한 것 같다.

그대와 마주치려면 동쪽으로 질러가는 게 맞다. 그 결행 장소가 바로 ‘서귀포’인 것이다. 그러니까, 서귀포가 약속의 땅인 셈이다. 김영남 시인의 ‘서귀포는 진이 누나를 생각나게 한다’는 시의 그 누나가 유안진 시인이란 말이 있다.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