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봄이라 외칠 때 꽃은 일생을 건다
그 목숨 가지마다 펄펄 끓는 맥박으로
바람에 온몸 흔들리며 써 내리는 육필을 보네

내 안으로 길을 내던 부르튼 입술 흉터

-고명호의 ‘꽃잎 한 장 쳐다보네’ 일부

한반도의 새봄을 여는 곳이 제주라면, 그 봄을 여는 의식이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다. 올해는 다소 늦어져 오는 23일 오후 2시 칠십리시공원에서 열린다. ‘꽃잎 한 장 쳐다보네’는 몇 년 전, 이 행사의 영춘시(迎春詩)였다. 
우리는 아무런 수고도 없이 공짜로 봄을 맞는다. 공짜로 얻은 것은 헤프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볍게 봄이라 외칠 때 꽃은 일생을 건다’고 환기하는 것이다.
꽃잎 한 장도 아무렇게나 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온 몸 흔들리며 써 내리는 육필’이다. 그야말로 ‘일생일획(一生一劃)’인 것이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장에서 간만에 시인과 막걸리 잔이나 기울이고 싶다.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