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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지난 6월 19일 영구정지 됐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서, 1979년 2차 석유파동의 위기를 넘어서는 디딤돌로 작용했으며, 지난 40년 동안 부산시 전체 한해 전력량의 34배에 달하는 총 15만 기가와트시를 꾸준히 생산하여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줬다. 군인으로 치자면 전쟁영웅이 사명을 다하고 퇴역하는, 그야말로 고리 1호기로서는 퇴역식을 치른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고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기술개발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같은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께서는 ‘탈핵’을 선언했다.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발전을 대신해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는 의미에서 ‘탈원전’이라는 말이 보다 적합하고 표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 원자력발전의 중단이라는 획기적인 핵심 내용을 두고 한번 고민해 보고자 한다.
지금의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부터 ‘탈핵’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에는 나 역시 전적으로 찬성하며, 사실 그 누구도 이에 대한 반대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이라는 것은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무엇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군다나, 공정율 30%로서 손해비용이 2조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고리 5, 6호기를 3개월 만에 전문가를 배제한 채 시민 배심원단의 합의를 통해 정지시킬 수도 있는 너무나 성급한 정책이 나온 마당에 지금 정부의 ‘탈핵’ 노선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생각을 뒤집어 ‘원자력발전은 안전하지 않다’ 것이 사실인지 혹은 선입견인지 한번 따져보자. 지난해 경주 지진을 경험하면서 원전 불안전성의 원인으로서 지진을 많이 예로 든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에 수많은 원전이 가동 중이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사고가 난 발전소는 없다. 다만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경우 쓰나미로 인한 비상전력의 침수가 원인이지, 영화 ‘판도라’의 경우처럼 지진 충격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가 사고 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특히 내진기준을 초과한 지진이 미국과 일본에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는 안전성을 유지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방사능 피폭으로 다수의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인데, 후쿠시마의 경우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없으며, 어린이 갑성선암 발생률의 증감을 국제보건기구가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과연 우리가 원자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막연한 두려움인지 한번 따져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는 출연진들이 경주를 찾으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방영됐다. 여러 오류들이 많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화면에는 치바현의 코스모오일 LNG저장 탱크의 화재를 보여줬다. 역설적이게도 동일본대지진의 진원지는 미야기현 앞바다로서 이로부터 치바현까지의 거리는 후쿠시마현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멀다. 완전히 사실을 왜곡함과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지진에 대한 LNG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무엇이든 중대하고 급진적인 결정을 내릴 때는 그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사실에 근거해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첫인상은 나쁘지만 알면 알수록 호감이 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편협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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