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학교 생명대 학부생 7명을 데리고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은 우리나라와 제주의 역사에서 아픔을 준 나라이기도 하다. 한때 중국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명칭인 ‘몽고’라고 불리기도 했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아열대농생명융복합산업인재양성사업단(CK아열대사업단)의 ‘2017 해외 프론티어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몽골에 과학캠프와 농업기술전수를 수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몽골로 출발하기 전 학생들과 여러 차례 만나 준비사항을 점검하면서, 짧은 일정동안 조금이라도 더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각 학부교육과정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활용한 교육기부와 농업기술지도가 되도록 준비했다.

세포와 염색체를 관찰할 수 있는 꽤 무거운 현미경 가방을 손에 들고 8년 만에 다시 찾은 몽골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우리나라 아파트와 같은 구조의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고, 길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Bright Future International School(밝은미래국제학교)’의 중고등학생들 30여명과 HUREE 대학 학생 5명을 대상으로 과학캠프를 진행했다. 농업기술지도는 HUREE 대학생들과 대학교수님, 포장관리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6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과학캠프와 3개로 구성된 농업기술지도에 사업단 소속 학부생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각 과정을 담당해 진행토록 했고, 나 또한 각각의 일부를 직접 담당해 진행했다. 과학캠프가 끝나고 참여했던 몽골학생들로부터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과학체험을 한 것이 좋았고, 먼 한국에서 와서 캠프를 진행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할 때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를 발견하게 됐다. 인문사회분야 진로에 관심이 많았던 몽골학생들이 과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진 반응을 통해 캠프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주대 학부생들도 저개발국가에서 자신의 전공지식을 활용해 교육을 직접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는 고백에서 이번 탐방이 교육의 시간이 됐음을 확인했다. 몽골 학생들의 채소 재배 실습장소로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기 위해 포장을 정비하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수고를 감당하고, 몽골학교의 교육을 위해 자신들의 경비를 아껴 기부금을 모으는 제주대 학생들의 모습에서 제주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학생들이 자신만을 위해 삶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인재로 교육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몽골에서 단순한 탐방이 아닌 교육봉사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인력 등의 자산이 세계의 다른 나라와 공유해 기여할 수 있음을 알았다. 더불어 내가,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던 것들에서 고마움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몽골의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던 국내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과학실 시설이 몽골 대학의 과학실보다 좋았고,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기회가 고르게 제공되는 점도 달랐다. 등록금이 낮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에 비해, 몽골에서는 국립대학의 등록금이 사립대학보다 비쌌지만 선호도가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미국 등의 원조가 있었고, 내가 현재의 위치에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됐다.

김만덕의 정신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나눔의 정신이다. 제주의 미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 정신 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각자가 제2의 김만덕이 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