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복 동화작가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와 같이 가게 돼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좋든 싫든 무조건 해야 하는 동행은 출생부터 시작된 변할 수 없는 진리다.

하지만 같이 걷는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조건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일 때는 선택할 힘이 없으므로 억지로 동행하지만, 차츰차츰 어른이 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문제로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며 고뇌하게 되는 것이 동행이라는 화두다.

나는 누구와 이 인생의 길을 걸을 것이며 어떤 사람들과 평생을 벗하거나 아니거나 동행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벗을 사귀고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고 축복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까 생각하며 이제부터라도 향기 나는 사람이 돼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돼야겠다.

사노라면 예기치 않게 같은 곳을 같이 걸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나 위치에 서서 가끔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하는 것보다 어떻게 죽는 것이 잘살다 가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중년이 돼서야 깊이 사색하게 됐다.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저 무덤을 향해 곧은 길을 걸어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같은 곳을 보며 살아야 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젊은 날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면 중년을 넘으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자주 빠지곤 한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일일까 하며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깊게 깨닫게 됐으니.

나 죽으면 장례식은 생략하고 많이 슬퍼하지도 말며 고운 옷 입고 노래하고 웃으며 보내 달라는 유언까지 하고 나서야 제대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순전히 좋은 동행자를 만난 후부터인 듯하다.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모양도, 색깔도, 심지어 풍기는 냄새까지도 다른 것이라 맞춰 살아가기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쉽다면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속이 상하고 어디 그러겠는가? 어려운 일이기에 상처로 주고받고 남고 그러면서 아프고 아파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혼돈 속에서 방황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라도 향기 나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다. 반드시 꽃냄새, 풀냄새가 아니라도 진실한 냄새가 나는 사람, 정직한 향이 흐르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그런 분들과 같이 걷고 싶다. 설령 같은 길이 아닐지라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크게 웃어주고 싶은 그런 분들과 걷고 싶다.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더라도 기분 좋은 사람들…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몰라도 작은 것에 환하게 웃는 사람, 대수롭지 않은 일에 박장대소하며 손뼉을 칠 줄 아는 사람들과 동행하며 저 종착지를 향해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새소리와 흐르는 물소리를 그리워하며 자연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들과 동행하리라.

세속의 냄새가 아니라 자연의 향기를 가진 사람들과 동행하리라.

울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눈물 흘려도 따뜻한 손 내밀어 위로자가 되는 그런 사람, 배고플 때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조건 없이 사 주는 사람.

외로울 때 생각나는 그런 사람, 누군가는 동행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지.

아프다, 슬프다, 외롭다는 말을 편히 할 수 있도록 그의 어깨에 살포시 손 얹어 도닥여 주는 그런 사람으로 우리 모두가 살아간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