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부결 처리하지 않고 상정 보류한 것은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 꼼수에 불과하다. 도의회는 그제 제35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상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동의안을 오는 10월 임시회에서 상정 처리하기로 합의해 본회의 가결 처리 여지를 남겨놨다. 1일 취수량 150t을 130t으로 조정해 수정 가결한 환경도시위원회의 동의안의 효력을 유지시키면서 도민사회의 반발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속내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제주지하수 공수화원칙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 도민들이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허용을 강력히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산을 허용하면 다른 사기업과 개인의 지하수 개발 이용을 막을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은 원희룡 도정이다. 원 도정은 제주지하수의 고갈을 우려하는 도민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한진그룹에 그들의 요구대로 지하수 증산을 1일 100t에서 150t으로 허용했다. 이미 호텔용, 목욕탕용, 농업용, 양식장용 등 수 많은 지하수 개발 허용으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오염 우려도 심각하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원 도정이 한진그룹에 지하수 증산을 허용하고 도의회에 동의를 요구한 것 자체가 도민을 무시한 결정이다. 도의회의 동의안 상정 보류를 지켜본 원희룡 지사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원 도정은 지금이라도 증산을 허용한 잘못된 선택에 대해 깊이 각성해야 한다.

아울러 도의회도 기회를 보면서 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려는 얄팍한 생각을 그만 접어야 한다. 더 이상 도민사회가 속지 않을 것이고, 도의원들의 입지도 좁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