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수

올해 제주 연안바다는 전반적으로 풍성하다는 여론이 높다. 미역이 크게 번성해 다 캐지 못하고 그냥 “가저강 먹으라(캐어다 먹으라)” 할 정도였으며, 청각도 대부분의 어장에서 많이 발생해 연안의 이용성 해조류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아직 해조류의 발생과 생산동향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다량의 해조류가 풍성하게 증가해 제주의 ‘할망바당(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물질을 할 수 있는 얕은 바다)’이 풍성해 물질 못하는 우리 어멍 삼춘들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연안해역의 풍성함은 소라, 전복과 같은 패류의 성장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속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내년 아니 내후년에 이들 예비자원이 자원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어류에 있어서도 해조류는 충분한 서식환경의 제공과 풍부한 먹잇감을 모으는 역할을 해줌으로써 우리 해녀 삼춘들에게는 이렇든 저렇든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같다.

그러면 이러한 풍성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가 바다에 영양가 높은 것을 뿌려 준것도 아닌데. 거참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의 선조들은 ‘바당 것은 하늘이 도와야 한다(바다에 사는 수산생물의 많고 적음은 자연적 여건이 잘 맞아야 한다)’고 했다. 수산생물이 잘 번식하도록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하지 못하는 적합한 해황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의해 수온이 상승하고 있지만 제주 연안바다의 연안 수온은 오히려 더 낮아지는 특징을 가지는 부분도 이러한 것과 풍성함과 모든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연안바다는 연중 계속 연안용천수가 용출하는 특이한 해역이다. 이러한 영양과 적합한 기상여건들이 해조류의 포자방출 시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생존량을 늘리고 번식환경이 조성돼 큰 변화를 가져온 곳으로 이해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 조사와 연구가 병행돼 풍부한 연안바다의 조성에 과학적 뒷받침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 또한, 제주의 해녀들의 ‘조냥정신’으로 번성한 자원을 관리하며 어획하는 지혜를 발휘해 생산성을 지속시킨다면 당분간 연안바다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제주도의 여름은 유독스럽게 덥다. 연일 33도를 넘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고 이 좁은 섬에서도 국지적으로 폭우가 집중 내리는 곳도 있고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지역도 있다. 전형적인 아열대성 기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동안 ‘한치(창꼴뚜기)’도 어느 해보다 많이 잡혔지만 7월 하순경에 들어서는 어획상황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갈치의 경우도 어느 해보다 어황이 좋은 편인데 나의 제주도 주변에 대한 해황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연안과 근해에서의 풍부함은 대마난류의 흐름이 일본 쪽보다는 제주도 쪽에 여러가지 좋은 요인으로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해황여건들의 변화가 어획량이 좋은 시기의 어황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도 그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해황여건이 어류의 군집농도를 높여 줌으로서 어획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같다. 갈치의 경우 아직도 어린 개채의 점유율이 높아 자원의 질적 수준은 아직도 그다지 높지 못한 것같은데 어린개체의 어획이 많은 것은 어군의 밀집효과에 의한 어획으로 보기 때문이다.    

본인도 어린 시절 어떤 해에는 여름밤 성창(작은 어선들을 모아두는 포구)에 갈치가 왕창 들어 온 것을 본 적이 있다. 갈치가 멸치를 잡아먹기 위해 연안 포구까지 넘치게 들어왔다는 말이다. 오늘날 이런 이야기는 꿈같은 이야기가 된지 오래지만 여하튼 올해 제주바다는 너무나도 해황과 어황여건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멸치가 다량으로 잡혔다는 것도 앞선 경험적 가설들이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맬이 나야 하간 것 난다(멸치가 잡혀야만 모든 바다 고기가 잡힌다)”는 우리 선조들이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맬 삽서, 갈치 삽서(멸치 사세요. 갈치 사세요)”. 트럭에서 스피커로 흘러 나오는 고기 파는 소리가 요즘은 왠지 정답기만 하다.        

내년의 제주바다에서 희망을 미리 보는 것도 기대된다. 제주바다는 제주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산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다다. 잘 보존하고 관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