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형태를 보면 인사권자의 의중을 꿰뚫어볼 수 있다. 인사권자는 대체로  부서이동 등 순환인사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주로 자기 뜻에 맞는 공무원을 발탁해 요직에 앉히는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달 31일자로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역시 부서이동과 승진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뒤 안 가린 지나친 이동인사는 전문성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지장을 준다.

넘치는 하수처리는 지금 제주의 최대 현안이다. 하수처리 업무가 탄력을 받으려면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을 오랫동안 근무하게 해야 한다. 잦은 인사이동은 주민들의 숙원인 하수처리 개선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 도정이 상하수도본부장, 하수도부장, 하수계획과장 등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 할 만하다. 해당 공무원에 대해선 인사평점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순환근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특히 같은 부서 공무원을 일괄 교체하는 일은 금지해야 한다.

원 도정은 이번에도 승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년을 앞둔 공무원을 조기에 밀어냈다. 임기 1년 이상 남은 실·국장(8명)과 과장급(8명)을 유관기관에 파견했다. 정년까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데도 후진 승진인사에 급급한 결과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을 1년이나 공로연수를 보내는 것도 인력 손실과 재정 낭비다. 더구나 퇴직일까지 사실상 놀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공로연수 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차라리 명예퇴직제를 확대하거나 퇴직일까지 현직에서 근무토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원 지사는 취임 초 잇단 제주시장 인선 실패를 시작으로 인사의 적정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임기 중 막바지 이번  정기인사도 내년 지방선거 준비 체제를 의식한 탓인지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