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시인

7~8월이 다양한 문화축제로 뜨거워지고 있다. 마을, 해수욕장, 관광지, 박물관 등에서 각기 나름의 특색 있는 축제를 준비한 모양이다. 모래 축제, 테우축제, 연꽃축제, 매직비치축제, 원담축제… 등. 피서철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들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음식을 앞에 두고 뭘 먹을까 난감해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축제의 향연을 어떻게 골라 즐겨야 하나 난감할 지경이다.

세계여행을 준비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나라의 고유성이다. 그래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축제가 무엇인지를 조사하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그 나라 고유성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 삼바 카니발, 삿포로 눈축제,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맥주축제) 등 말이다. 세계에는 내로라하는 축제가 많다. 영국 노팅힐 축제, 몽골 나담 축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태국 송크란 축제,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 등. 그렇다면 우리에겐 어떤 축제가 있는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축제의 광고 문구는 하나같이 새로운 문화, 새로운 놀이,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왜 늘 새로워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혹시 새로움에 대한 발작증세를 보이는 꼰대적 발언인가 싶어 스스로에게 묻는다. ‘진부함이 들킬까봐 핏대 세우는 거 아니냐’고. 분명한 건, 우리의 축제엔 정신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문화, 축제 등의 이름이 붙여질 땐 전통성과 고유성, 집단성, 역사성, 사회성을 무시할 수 없다.

축제는 놀이의 형식을 띤 치유와 성찰의 향연이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을 놀이의 형식으로 구조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축제인 것이다. 적어도 축제라 하면 참여자로 하여금 흥미와 유익함, 더불어 경외감, 놀라움,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축제에는 재미만 있을 뿐 의미가 모호하다. 한마디로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 정도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세계 유수의 축제들은 사회전반에 흐르는 무의식의 기운을 특정한 테마로 끌어안고 위로와 치유, 새로운 의지를 모으려고 노력한다. 단순히 먹고 마시며 춤추며 노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끈질긴 삶의 의지, 희망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층위의 난제들로 충돌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하루하루 어떻게 버틸 것인가의 사투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성 없는 ‘7포 세대’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 청춘과 재산을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어 하루에도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또 워킹맘들은 어떤가. 양육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아야한다는 현실에 두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고 있다. 전업주부로 아이 키우던 경력단절 여성들의 삶은 어떤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숨소리가 깊다.

제주는 지금 어떤가. 강정마을에는 미 군함이 수시로 드나들며 고동소리를 뿜어내고 있고, 성산마을은 제주 제2공항건설문제로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이 전체가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축제는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축제라 하면 공동체의 안식과 평화를 꿈꾸는 자리로 의미부여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축제의 정신이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진행된다. 제주 전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걸으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짚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꿔 보는 건 어떨는지. 걷기를 통한 치유와 성찰, 행사가 아니라 축제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결코 대수롭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