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렬 시인

요즘 담뱃값 인하 문제가 불거지다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다면 백번 담뱃값을 내리는 것이 정서에 맞다. 허나, 그 이야기가 현재의 여당에게서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 야당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뜻밖이다. 잘 알다시피 2013년도에 담뱃갑을 인상하는데 주된 역할을 한 것은 당시 여당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렸는데 효과가 없으니 인하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다소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이 진정성을 지닌 말인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아니, 그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혹시 현 정권의 복지정책 등에 발목을 잡겠다는 심사는 아닌가. 국민의 촛불 지지로 출범한 현 정부가 복지정책에 방점을 둔다면 담뱃값 인하가 부담이 되고, 담뱃값을 지금의 상태로 고수한다면 서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딜레마에 빠질 것임을 예측한 노림수, 그러면서 자신들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킴으로써 하향추세인 당의 지지수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렇게 배설이 배배 꼬였는지 모르겠다. 마치 놀부 심사 같다.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해 국민들의 진심어린 호응과 지지를 받으려 하기보다는, 국민을 빙자해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듯한 느낌, 무언가 국민을 갖고 노는 듯한 느낌, 국민을 봉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아심, 그런 석연치 않거나 불유쾌한 느낌을 지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애초부터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가슴깊은 곳에서 절절하게 우러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스스로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이 어쩌면 피상적인 허식(虛飾)에 불과한지 모르는.

설마 그러겠는가 싶다가도, 내가 오히려 편협한 생각에 빠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회의를 하다가도 여전히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나는 어느 쪽을 비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것은 결코 비방이 아니라 여기며 쓴 글임에도 자칫 곡해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한 자아가 또 한 자아에게 말한다. 담뱃값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런 정책을 주장하거나 펼치는 주체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성을 지니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라고. 정책이라는 것은 아무리 공평성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다소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시행 주체의 곡진하고도 융숭한 마음이 얼마나 내재해 있느냐 하는 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사이다가 되는 말과 아닌 말의 차이점은 공공의 마음속을 헤아리고 신뢰하게 만드는 실천적인 행위를 수반한 것이냐, 아니냐의 여부에 달린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자칫, 과잉된 포플리즘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모르리라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권력이 두려워서 말을 못하거나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니 모르는 체하는 게 상책이라는, 그런 소시민적인 사고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허나, 이제는 좀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런 불편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여기서는 단순히 왜 담뱃값을 인상했는가, 왜 이제 와서 인하를 주장하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둔 말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이제는 누구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