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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먹을 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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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9  16: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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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칠월 겹태풍도 겪어본지라 태풍만 하랴 했는데, 칠월 하순 동부지역을 엄습한 집중호우 또한 매서웠다. 7월 26일엔 성산의 시간당 강수량이 역대 여섯 번째인 67.4㎜를 기록했고 표선과 남원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며칠 뒤 칠월 말에는 집에서 코앞인 천미천 내가 터졌다. 지난 26일엔 큰 비가 없었던 신풍리 우리 마을에도 이날만큼은 세차게 비가 내렸다. 오후엔 급기야 집 앞 귤밭이 물에 잠겼다. 태풍 볼라벤 때나 겪었던 일을 이번 집중호우 때 당한 것이다.

그런데 천미천으로 내려가 보니, 격류이긴 하되 수량이 적었다. 이번 비가 한라산 윗세오름 쪽 산간지역은 피하고 해안가와 중산간마을을 강타한 국지성 집중호우였다는 반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부가 물난리를 겪는 와중에도 서부는 비가 부족해 밭농사 작황이 걱정된다는 것이고, 제주 유일의 상수원 저수지인 어승생저수지의 물이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쿵쾅거리며 흘러내려가는 천미천 탁류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제 재해방비라는 시각에서만 물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식수, 용수 차원의 물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을 잠기게 하고, 건천을 통해 한꺼번에 휩쓸려 내려가는 물은 아무 효용이 없다. ‘먹는 물, 마시는 물’로 바꾸어 활용하는 지혜가 없다면 비는 수자원이 아니라 재해를 가져다주는 기상현상일 뿐이다.
이른바 ‘홍수에 먹을 물이 없는’ 참담한 지경을 피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물을 아끼는 노력이겠다.

최근 기회가 닿아 ‘생태관광 전문인력 양성교육’(제주도 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사단법인 제주생태관광협회 공동주관)을 이수했다.

‘제주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는 생태관광, 공정여행의 가치와 역할’과 관련해 다양한 강의를 듣던 중, 제주의 심각한 물 사정을 알게 됐다. 평소 제주의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이 삼다수 같은 생수회사인 줄 알았는데, 이보다 더 흥청망청 물을 소비하는 곳은 대형 숙박업체들과 골프장들이었다. 특히 골프장은 잔디를 관리하는 데 지하수를 마구 끌어올려 쓴다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다.

선진지 답사 교육프로그램이 있어 흑산도 옆 영산도를 가보았는데, 특이하게도 집집마다 대형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었다. 영산도 유일의 식수원인 지하관정에서 끌어올린 물을 담아 놓고 쓰는 가정용 물탱크였다. 처음 지하수를 끌어올리자 숙원사업이 해결된 기쁨에 집집마다 서너 통씩 물통을 마련해 놓고 흥청망청 물을 썼다고 한다. 몇 달 못 가 관정 물이 말라 다시 식수난이 시작됐다. 이때 영산도 주민들은 한 가정에 물통 하나씩만 남기고 물을 절약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래지 않아 물 사정이 좋아졌다.

우리 제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가정은 물론이고, 모든 상업시설,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물 아껴 쓰기 시민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제주 옛 어른들이 빗물 한 방울도 흘려버릴세라 처마 밑에 새끼줄을 늘어뜨려 물동이에 물을 받아썼던 절약의 정신과 자원 활용의 지혜를 되살릴 때다.

마침 비가 내린다. 얼른 빗물받이 밑에 세말짜리 물통을 디밀어놓는다. 이 한 통이면 화초에 물을 주고 현관 물청소를 해도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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