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표 박사

민주주의는 선거로 완성된다. 선거 결과에 유권자의 표가 오롯이 반영되는 걸 전제로 할 때 그렇다. 선거결과에 반영되지 못하는 유권자의 표, 사표의 비율이 많을수록 선거는 민주주의를 완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왜곡시키게 된다. 사표와 함께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표의 평등성이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최대선거구와 최소선거구의 인구편차가 크면 선거의 평등성이 침해되므로, 편차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선거구 조정을 주문한 바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 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 수가 많을 수 있다는 게 구체적인 이유였다. 현행 선거구에서 인구편차가 3:1까지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되는데 편차를 2:1 이하로 줄여야 위헌소지에서 벗어날 수 있음도 명시했다. 2016년 2월에는 중앙선관위에서 지역구 의원수와 비례대표 의원수의 비율을 2:1로 잡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것이 사표를 방지하고 표의 평등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선거제도의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것은 지역구 인구편차를 줄이는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돼야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이 합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출되더라도 위헌의원이 돼 법적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선거구획정 논의 때마다, 중대선거구가 논의되기도 하고 비례대표비율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논의만 무성하고 결과는 현상유지의 전철을 밟아왔다. 과정의 치열한 논쟁이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매번 제자리걸음을 해온 것이다. 2016년 12월에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8개월 동안 회의와 공청회의 논의과정에서 중대선거구, 연동형비례대표에 대한 요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선거구획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그리고 제주지역구 국회의원들의 3자회담에서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미봉책을 합의하며 특별법개정을 발의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적 선거제도임을 제안한 중앙선관위의 권고는 무시한 채 단지 인구편차의 위헌요소만 피해보자는 그야말로 미봉책이며 사실상 민주적 선거제도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친 국회의원 쪽에서 의원발의를 포기했고, 공은 다시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넘어가는 듯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출구와 발전적인 출구를 제시하고자 한다. 현실적 출구는 최소선거구를 변경하는 해결책이다. 현재 최소선거구는 28선거구인 안덕면이다. 왜 안덕면이 최소선거구의 보루여야 하는가? 추자면과 우도면 한경면과 구좌읍은 최소선거구가 될 수 없는가?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가 조정되는 마당에 왜 하필 안덕면이 기준인가? 공교롭게도 안덕면의 도의원은 10대 도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구성지 의원이다. 2006년부터 내리 3선을 했다. 텃밭을 지키려는 정치적 물밑작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안덕과 대정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면 3만이 조금 안될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최소와 최대를 잡으면 선거구획정 문제는 해결된다. 추자면을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건입동의 제1선거구로 편입하고 한경면은 한림읍과 하나의 선거구를 이루면 된다.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지역구 수는 비례대표 수를 늘림으로써 현행 의원정수 내에서 조정될 수 있다. 물론 현직 도의원들의 반발이 예산된다. 하지만 그 반발은 표밭을 지키려는 욕심이다. 제주의 미래, 민주 선거제도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현직 도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발전적 출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해결책이다. 헌재의 주문을 받아들인 중앙선관위의 권고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로 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아마 전국 최초가 될 것이다. 제주의 선거제도 개혁이 한국의 선거제도 개혁을 이끄는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