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정마을 주민 등 121명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장 소송을 취하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조속한 취하가 과제로 남아 있다.

해군은 지난해 3월 제주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금 중 34억4800만원을 시위가담자와 참여단체가 배상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당선되면 구상권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 측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주민들과 합의하겠다”며 변론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정부는 4개월 후로 기일 연기를 원했으나 재판부는 2개월 후인 오는 10월25일로 조정했다. 정부가 변론기일을 4개월이나 늦추려고 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부 측 변호인이 소송 취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전망은 밝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방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강정 주민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 자체가 국가권력의 남용에 해당한다.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로 피해를 입은 쪽은 주민들이다. 해군이 주민들에게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물어내라는 것은 횡포에 다름아니다.

물론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 시위로 인해 공사가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국책사업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왔고, 정부는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 왔다. 혹시 정부가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장 철회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이유가 다른 조건을 내걸기 위한 꼼수라면 문제다.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일과 구상금 청구 철회는 별도의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서둘러 강정마을 주민들과 조건없는 협의를 끝내고 2차 변론기일 또는 그 이전에 구상금 청구소송을 취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