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준

자신이 지정한 고향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고향기부제’가 서서히 뜨고 있다. 고향기부제는 출향민이 고향을 지정해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도 받고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역 농·특산물 등을 답례로 받는 새로운 제도다.

전라북도의회가 최근 한국정보통계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고향기부제 도입에 78.3%가 찬성했다.

기부대상 지역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 55%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현 거주지’와 ‘부모의 고향’에 기부하겠다는 의견은 각각 26.6%, 12.3%였다.

기부문화의 정착과 동기부여, 기부경험자의 재(再)기부율을 높이고자 기부자에게 농·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방안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고향기부제가 지자체에 새 숨을 불어넣는 완성도 있는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에게 답례품 제공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지방 중소도시 대다수가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육지부 다른 지방보다는 형편이 좋은 편이다. 다른 지방 일부 농촌지역의 경우 자체수입을 늘리지 못할 경우, 아예 지역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을 만큼 재정 여건이 열악하다. 더욱이 자체수입 확보는 소멸직전의 지방재정을 살려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안이며 고향기부제는 지역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 같으로 기대된다.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은 고향기부제도의 핵심이다. 고향기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도입 초반에는 찬반논쟁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 농산물, 농촌관광체험권 등의 답례품 제공이 큰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고향기부금이 지방세수보다 많은 지자체가 10군데가 넘을 정도로 이 제도의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단다. 일본 자치단체에서 출향 인사들이 자기 고향에 세금을 내면 일정부분 혜택을 주는 고향세 개념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가 이래서 나온다.

고향 농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방안은 궁극적으로 고향기부제도의 완성도를 담보함은 물론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효과와 함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농어가 소득 증대라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통구조에서 고향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은 고향 농특산물을 받은 기부자가 다시 고향에 이를 주문함으로써 직거래 활성화도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적극적 홍보가 절실하다. 전라북도연구원은 기부제가 도입되면 연간 국세 4천억원 가량이 지방으로 이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향기부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 국세(國稅)에서 전액 세액공제를 하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 지방 재정 유입 효과도 기대된다.

이런 일련의 사안과 관련, 한국당 정책위원실은 지역 기초자치단체가 '고향 기부금'을 모집하고 답례할 수 있게 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본적인 등록기준지나 10년 이상 거주지역을 고향으로 간주해 지역 농산물, 특산물로 기부자에게 답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0만원 이내에서 고향에 기부할 경우 기초자치단체는 1만원까지 특산물을 답례로 제공하고 30만원 이내 기부금에는 1만5000원 규모의 답례품을, 50만원 이내 기부금에는 2만원, 50만원 이상 기부금에는 3만원 정도의 답례품을 각각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우리 제주도도 다른 지방의 이런 여러 현실을 숙지하고 고향기부제를 출향민은 물론 일반 도민들에게 널리 알려 이 제도를 크게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듯싶다. 출향한 제주도민은 그 어느 지역 도민보다도 끈끈하고 도타운 애향심으로 무장돼 있어 이 제도의 성공기대감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