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DNA는 폭이 2nm밖에 되지 않는 매우 깨지기 쉬운 핵산의 일종이다. 모든 생물체는 DNA를 유전물질로 가지고 있다.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이므로 얼마나 가느다란 것인지 알 수 있다. DNA를 구성하는 단위체는 뉴클레오티드로서 4가지 종류(G, A, T, C)가 있다. 이 뉴클레오티드가 중합체를 형성해 가닥을 만들고, 2개의 가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꼬인 사다리모양의 나선을 띠고 있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DNA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나의 키보다 크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와 같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화학물질이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것은 여러 과학자의 노력 덕분이다. 1944년 Avery 등과 1952년 Hershey와 Chase에 의해 DNA가 유전물질임이 증명됐고, 1953년 Watson과 Crick에 의해 그 구조가 규명됐다. 이와 같은 여러 과학자의 노력에 의해 21세기를 생명공학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핵심적인 시발점이 된 DNA의 구조가 규명됐다. 그 이후에 DNA가 어떻게 유전물질로서 작용하고, 그 기능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DNA에 생명체가 나타내는 형질의 정보가 저장되는 방식도 밝혀졌다. 피부색이나 키, 눈 색깔, 머리 색깔 등 자녀가 부모를 닮을 수 있고,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날 수 있는 것도 이 DNA 물질 때문이다. 각 생물종은 생물종만의 독특한 DNA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물종과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DNA에 생물이 가지고 있는 형질을 저장하는 방식은 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리는 단위체가 3개의 조합을 이뤄 단백질의 단위체인 아미노산 1개를 지정함으로써 정보를 저장한다. 4개 뉴클레오티드의 조합으로 세균부터 사람까지 다양한 생물의 모든 형질을 나타낸다는 것이 놀랍다. DNA 구조가 규명되기 전에 대부분의 유전학자와 생화학자들이 DNA가 유전물질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잘못된 상식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DNA에 있는 정보에 문제가 발생해 수선되지 않아 다음 세대의 세포에 전달하는 경우 돌연변이라고 한다. DNA에 발생한 대부분의 정보의 이상은 수선 기작에 의해 고쳐지지만 일부는 남아서 다음 세대에 전달되게 된다. 많은 돌연변이들은 단백질의 정상적인 기능을 파괴해 유전질환을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진화론자들은 이 돌연변이를 생물진화의 궁극적인 요인이라고도 하지만, 조물주의 신비로움일 수도 있다.

살충제 계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담당 부처의 최고 수장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일으키게 된 것도 살충제가 암을 일으키는 등의 질병을 사람에게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에 기인한다. 암도 정상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죽어야할 세포가 죽지 않아 발생한다. 반면에 정상세포는 돌연변이가 어느 정도 이상 일어나면 자살하도록 하는 기작(세포예정사)을 DNA에 저장하고 있다.

인슐린 등의 치료제 생산이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재료인 GMO를 만들 수 있는 것도 DNA를 개발자가 원하는 정보를 나타내도록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를 구별할 때도 DNA 정보를 비교 분석한다. 법의학에서 범인을 찾거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서 사용되기도 하고,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친자 또는 혈족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증명할 때도 DNA의 정보는 활용된다. 최근 정보 저장매체로서 DNA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IT와 BT 간의 융합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DNA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DNA 형태로 존재하는 유전자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만드는 것처럼, 나 또한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책임져야할 것을 책임지는 단위체가 되고 싶다. 암적인 존재가 아닌.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