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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논의를 합시다
최수석  |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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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9  14: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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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석 제주대학교 교수
지난 6월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되면서 촉발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회적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각종 뉴스를 살펴보더라도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의 수립을 위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나 역시 본 칼럼을 통해 탈원전 정책의 잘못됨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지만 항의나 반론은 고사하고 그 누구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왕따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당장의 몇 년이 아닌 수십에서 수백년에 걸쳐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에너지 정책의 대변환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건,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가 어두워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2030년까지 완전한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도외로 판매까지 하겠다는 제주도의 야심찬 비전을 고려해 볼 때, ‘2030 Carbon Free Island’가 공허한 구호가 아닌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탈원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에너지 정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절실하다.   

그런데, 탈원전 논의와 관련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서는 초기에 ‘탈핵’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문제제기가 있자 ‘탈원전’이라는 용어로 대체했고,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큰 밑그림을 그리고 세부적인 발전원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및 그것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활성화는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대의명분만 내건 채 실질적으로는 기대와 다른 일이 펼쳐지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1차 여론조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5, 6 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다른 사항은 고려치 않고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제안을 하는 역할만 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편에서는 전력예비율을 22%에서 20%로 낮추려 하고 있는데, 탈원전의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의 경우 예비율이 무려 120%가 넘으며 이마저도 올해 초 흐린 날씨에 바람 없는 날이 지속돼 대규모 정전 직전까지 간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는 에너지 정책을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이쯤 되면 한때 유행했던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우리가 전기의 형태로 소비하는 에너지의 생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지면서 선호하는 에너지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지리, 환경, 사회적 요소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지속적인 성장을 고려한 에너지원의 구성도 필요하다. 아무리 대의 민주주의라 하더라도 당선된 사람이 선거기간 제시한 공약이라고 해서 당위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인들이라면 비전을 제시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은 논의공간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논의의 주체는 결국 우리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제주도에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활발한 이유는 ‘청정’이라는 제주의 핵심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청정’이라는 한마디 말 속에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의미있는 논쟁이 묻혀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단적인 예로 전기차는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서 좋다고 볼 수 있지만 동력원인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약 우리나라 등록차량의 15% 수준인 250 만대가 전기차로 전환된다고 하면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원전 14기 정도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빅데이터의 분석을 위한 컴퓨터의 전력소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알파고가 원전 1기 정도의 전력을 소비하니 말이다. 편리하고 윤택한 세상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오염되지 않은 숲속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는 것처럼, 누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어떠한 에너지원의 구성이 ‘청정 제주’를 지켜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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