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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별 하나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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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3  1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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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철 시인
18년 만에 다시 간 몽골의 울란바타르공항은 다시 지어 꽤 커져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그때 시인들을 인솔하고 간 김광림 시인이 김천쯤 온 것 같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이젠 춘천쯤은 될 듯했다.

40대에서 훌쩍 시간이 건너갔다. 하루 시간으론 오후 몇 시경일까. 여느 해보다 더한 염천(炎天)을 등 뒤로 하고 몇 시간을 날아 북쪽 여길 오자 서늘해졌다. 이런 호사스런 피서가 또 있겠나. 그 땐 시인협회였으나 이번엔 신화연구소여서 분위기는 좀 달랐지만.

다음 날 러시아에 더 가까운 홉스골호수로 가기 위해 이 공항에 다시 와 경비행기를 탔다. 무릉공항까지 한 시간 20분이 걸렸다. 70석을 가득 메운 귀여운 비행기는 사뿐히 올랐다 사뿐히 내렸다. 이게 겁나 안 온 친구도 있는데, 누구나 다 약한 부위가 있다. 나도 얼마 전부터 새로 신경성이 나타났다.

무릉이 무릉(武陵)은 아닐 테지만 여기서 세 시간 가면 홉스골이란 무릉(武陵)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홉스골호수는 몽골의 푸른 진주라 불리고, 재작년에 간 바이칼호수는 성스러운 바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고도 불린다. 바이칼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여기도 매우 넓다. 그 호숫가 이동식 집인 겔들에 두세 명씩 나뉘어 들어가 짐을 풀고, 호수 맞은편 ‘소망 언덕’을 향하는 가리개 없는 보트를 탔다. 20여 분 걸려 도착하자 운전석 앞에 앉아 바람을 맞은 누가 가슴이 뻥 뚤렸다고 했다. 그 언덕엔 샤먼을 나타내는 오색 헝겊이 묶여져 나풀대고, 나는 쌓여 있는 돌무더기 위로 돌 하나를 던졌다. 무엇을 소망했을까. 돌아올 때 운전석 앞에 앉아 세찬 바람을 맞았지만 가슴이 뚤리진 않았다.

다음 날 흰 호수라는 뜻의 차강노루를 향해 버스는 달렸다. 가도 가도 초원. 횡단보도도 신호등도 안내판도 없는 길. 가다가 몇 번을 멈춰 남녀들은 각각 버스 반대편으로 가서 일을 보고 돌아왔다. 아침에 떠나 15시간을 달려 새로 한 시에 목적지에 닿았다. 제주와 서귀포 열 몇 배의 시간. 운전기사는 끄떡 않고 캄캄한 들판을 달린다. 저녁도 거르고 열한 시를 넘기자 몇몇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이 차 안에 가득하다. 드디어 불빛과 겔들이 보이고 그 옆 호수가 별빛으로 빛났다. 다 잊고 안도한다. 이렇게 오래 차를 탄 적이 없다. 삶은 이렇게 캄캄한 어둠 속을 기약 없이 마냥 가기도 하는 것이다.

떠나기 전날, 일행은 엘승타사르헤의 모래언덕 옆의 겔로 갔다. 나는 겔에서 나와 드문드문 마소가 있는 데를 지나 꽤 멀리까지 갔다. 겔들이 자그맣게 보였다. 거기서 게걸스럽게 노래를 불러댔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한 사내가 말을 타고 달려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 세상에서 맘껏 노래할 수 있는 데가 참 적구나. 한껏 지르고 왔지만 신경성은 여전했다.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던 식민지 시대 한 시인의 고뇌도 떠올리며 우리는 가볍게 노을 지는 모래언덕으로 올라갔다. 황혼을 배경으로 한 카메라 그림자놀이에 나타난 모습은 멋있었다. 그런 것이었다. 우리의 고뇌는 잔잔했다.

밤하늘엔 엉겅퀴만한, 아니 주먹만한 별들이 악기의 소리처럼 튕겨져 나왔다. 하늘이 더 가까운 여기 몽골고원의 은하수는 더욱 맹렬했고 북두칠성의 국자는 더욱 힘차게 기울어졌다.

나는 내 삶의 한 마디에 참으로 빛나고 설레는 순간을 마련해 준 멀리의 누구에게 가장 큰 별 하나를 가져다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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