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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관문’에 관한 단상
강순복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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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14: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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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복 동화작가
한낮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 우리를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 계절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계절dml 변화만이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를 웃게 하는 일들이 부지기수인걸.

얼마 전, 약간의 기금을 받아 제주 펜 문학에서 연변에 있는 윤동주 생가와 묘소를 다녀왔다.

어디나 그렇듯이 윤동주 묘소로 가는 좁은 길목마다 양옆으로 풍성하게 웃자라 있는 익숙한, 어릴 적에는 낫으로 베어 골목을 청소하는 빗자루로 사용하던 흔하디흔했던 풀이 아니던가.

이게 웬 횡재냐고 할 정도로 널려 있는 ‘야관문’을 발견하고 우리는 ‘야관문’에 얽힌 비화와 설화를 나누며 참 많이도 깔깔거렸다. 묘소로 가는 길임도 잠시 잊고.

내가 살았던 고향도 쇠소깍으로 가는 냇가 근처여서 바다로 가는 길 어귀엔 어김없이 싸리비와 ‘야관문’이 섞여 자라곤 했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아무도 그 풀이 남성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풀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거니와 알 수도 없는 5촉짜리 전깃불에도 감사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와! 여기 ‘야관문’ 천지네”라는 말에 일행 중 누군가는 ‘야관문’ 가지들을 더러 꺾기도 했다. 언뜻 보아서는 별로 소용 가치가 없어 보이는 풀 가지를 열심히 꺾는 일행을 보던 선배 작가님께서 도대체 그 풀이 뭐기에 그리 호들갑이냐며 들여다보셨다.

“이거 밤에 남자들에게 불 밝혀 주는 풀이예요”

아뿔싸! 웃자고 생각 없이 툭 던진 이 한마디에 두고두고 배시시 웃음이 튀어나오는, 그렇다고 시원하게 웃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어처구니도 없고 미안하기도 하고 웃음은 자꾸 나오는데 웃지도 못하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밤에 불 밝혀 주는 거라고? 그렇다면 나도 가져가야지”

이일을 어쩌랴?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 크게 소용없지 않을까 해 “선생님 아기 나으시게요?” 하며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물었다. “술 담가 드시는 건데 남편 드리게요?” 하고 재차 물었더니 “아니, 나도 보고 남편도 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배 작가님은 밤이 되면 불 밝히는 풀이라는 말에 반딧불처럼 밤이 되면 반짝반짝 불이 켜지는 반딧불 같은 식물로 알아들으셨던 거다.

‘야관문’이 밤에 빛을 내는 풀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나이는 드셨지만, 그분의 그 순수한 영혼과 천진함이 짓궂은 장난을 하는 후배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밤에 불 밝히는 풀로 알고 고향으로 갖고 와서 작은 화분에 심어 야외 테이불 위에 올려놓고 남편과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것을 바라며 행복해할 꿈을 산산이 부숴버린 것 같아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하던지.

처음에는 웃자고 던진 후배가 민망할까 봐 웃자고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일행들은 선배님의 순수함에 모두들 배꼽이 빠져라 눈물 흘리며 웃었지만 그분은 얼마나 민망하셨을까?

결국, 가공되지 않은 동식물은 공항 검색대에서 걸린다는 말에 버리고 왔다.

아직도 그 ‘야관문’을 생각하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쩌랴.

선생님! 정말 죄송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야간에 빛을 내는 반딧불 같은 식물 찾으면 꼭 구해다 드릴게요.

혹시 알아요? 신이 그 순수한 선생님의 마음을 어여삐 보아 그런 식물하나 턱하고 내려 주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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