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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 더 앉아 있어야겠다
-함민복의 ‘그늘 학습’ 모두
뻐꾸기와 꾀꼬리만 그러하겠나. 앞산에 꽃피는 날과 뒷산에 꽃피는 날이 서로 부딪히지 않으니
그 꽃들에게 골고루 눈맞춤 가능하다
뻐꾸기가 목청껏 울고 나면 한 템포 쉬었다 꾀꼬리가 우니 귀 맞춤도 골고루다 이렇듯 자연은 알아서
틈과 곁을 내준다.
시인은 이런 깨달음을 얻고도 서로 부딪히는 마음 때문에 소란스럽고 어지럽다.
아무래도 면벽 수행하듯 그늘에 앉아 좀 더 마음을 내려놓을 작정인가보다.
이 시의 ‘그늘’과 상반되는 또 한 편의 시를 보자.
김신용 시인의 <민달팽이>란 작품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냇물에 씻고 있는 배추잎사귀 하나를 알몸 위에 덮어주자/
민달팽이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귀찮은 듯 얼른 나뭇잎 덮개를 빠져나가버린다/
치워라, 그늘!‘. 소나기와 폭염이 번갈아 다녀가는 이 장마에 그늘에 앉아 공부를 한다.
‘그늘학습’의 마음 내려놓음과 민달팽이의‘치워라, 그늘!’의 결기서린 두 그늘에 대해.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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