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 번 만나자
언제 한 번 밥 먹자
늘 언제 한 번으로 수인사 나누지만

누구지?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청첩장에서
꽃샘추위 들이닥치듯 찾아든 부고장까지

<부의>, <축의> 봉투 들고 품앗이 나선 날
얼마만이야! 호들갑 떨다 살며시 고명 얹듯
난 지금 바빠서 말야
언제 한 번 또 보자

-노영임의 ‘중년 나이’ 모두

딱히 바쁘지 않아도 바쁜 척 하는 것이 중년의 처세술이다.
여기 모처럼만에 중년의 친구들이 만났다. ‘얼마만이냐! 호들갑 떨’지만, 그냥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말만 건성으로 하고 건성으로 들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본 게 오래된 것 같다. ‘언제 한 번’ 봐야할 텐데. 오승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