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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자해지의 마음, 비우셔도 좋습니다
김준표  |  박사/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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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1  1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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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표 박사
결자해지, 매듭을 묶은 사람이 매듭을 푼다는 의미다. 일을 시작한 사람이 끝을 봐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내가 시작한 이 일만은 꼭 내 손으로 끝을 보겠다고 다짐할 때, 결자해지의 심정을 운운한다. 그렇다. 우리는 결자해지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결자해지의 신화 속에 갇혀 산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꼭 그래야만 하는가? 결자해지여야 하는 것인가? 결자해지가 책임의 근거가 되고 재신임의 이유가 돼야 하는가?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씨를 뿌린 사람이 따로 있고 추수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울며 씨를 뿌리는 자가 기쁨으로 단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울며 씨를 뿌린 자의 한은 기쁨의 단으로 풀어져야 한다. 오죽하면 씨를 뿌리며 울음을 토했겠는가? 그 마음을 해원하는 것이 지켜보는 이의 희망이다. 꿈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애통한 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로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그렇게 이 땅의 정의가 확인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가 뿌린 씨를 꼭 내가 거둬야겠다는 마음은 다르다. 대개 욕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상황이 다르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라는 표현들이 정치인의 입에서 토해질 때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다. 결자해지는 욕심이다.

강정마을의 아픔을 누가 어떻게 풀 수 있겠는가? 2007년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송영무는 강정해군기지의 총책임자였다. 2017년 문재인정부의 국방부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마을주민들과의 갈등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며 구상권 철회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결자해지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자해지가 되겠는가?

국토교통부는 2015년 11월에 제주제2공항을 신산리에 짓는 안에 대한 예비타당성검토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원희룡 제주도정은 제주 제2공항 성산 확정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동사무소 읍사무소마다 내걸었었다. 마을주민들은 반대대책위를 꾸렸고, 제주도민들과 육지사는 제주 사람들까지 가세하며 2017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로 제주도지사에 출마하고 당선됐던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평가해달라고 밝혔다는 소식이 들린다. 결자해지를 하겠으니 한 번 더 도지사직을 맡겨달라고 호소할 모양이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가 되겠는가?

사실 결자해지는 말 그대로 묶인 것을 푸는 것이다. 시작한 일을 끝까지 끌고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까지 완수해낸다는 뜻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으니, 결자해지라는 말을 들을 때면 고집이라는 말로 번역해서 이해하게 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강정해군기지를 자신의 책임 하에 시작했으니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의미로 결자해지를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불거진 갈등의 매듭을 풀 수는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 제2공항을 자신의 임기 내에 고향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하며 시작한 일이니 도지사로서 끝까지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결자해지를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주제2공항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의 매듭을 풀 수는 없다. 이명박이 시작한 4대강을 이명박이 결자해지 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희생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에게 세월호 문제를 결자해지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자해지는 개인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책임으로 의미가 확장돼야 한다. 내 손으로 시작한 일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완성되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하며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결자해지이고, 세월호의 한이 풀린다면 그것 또한 공동체의 결자해지이다. 공동체의 성찰과 조정이라는 점에서 결자해지는 내 몫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이다. 그러니 결자해지하겠다는 개인적 다짐은 내려놓기로 하자.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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