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정시한 코 앞 ‘허송세월’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원희룡 도정의 모습을 보노라면 실망을 넘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올해 초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지역구 의원정수 증원안을 폐기한데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 비례대표 의원 축소안도 국회통과가 어렵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선거구 획정을 책임 진 원 도정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선거구 조정 시한이 코 앞인데 ‘의원 정수 증원’, ‘비례대표’ 축소 두 방안에 얽매이다 허송세월을 보내고 만 것이다.

원 도정은 결국 현행 29개 지역구를 31개로 늘려 지역구 의원수를 29명에서 31명으로 증원한다는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등의 이유로 전원 사퇴한 선거구획정 위원들을 설득해 복귀 결정을 이끌어냈다. 원 지사는 최근 “더 이상 시행착오를 거칠 시간이 없다”며 위원들의 복귀를 호소했고, 위원들은 “내년 지방선거(6월13일)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위원회 활동을 재개했다.

도의원 증원, 비례대표 축소
모두 납득할 수 없는 안이다

제주도는 선거구 상한인구(3만5338명)가 초과한 6선거구(삼도1·2, 오라동)와 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의 조정을 지방선거 6개월 이전인 12월12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구획정위는 이들 2개 선거구를 분리해 의원을 2명 늘리는 안을, 원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및 도의회 의장은 선거구를 늘리되 비례대표를 2명 줄이자며 획정위 안을 배제했다. 결국 국회의원들도 비례대표 축소 의원입법이 벽에 부딪치자 없던 일로 선언해 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안이다. 도의원을 증원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도 많은데 더 줄여야 한다는 다수의 견해에 반(反)한다. 더구나 비례대표 축소도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되레 비선거직 의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더더욱 놀라운 일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같은 당 제주 국회의원들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3명의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를 줄이려고 했는데 이와 반대로 민주당 도당은 지난 23일 상무위원회를 통해 선거구획정위가 권고한 2명 증원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중앙당에 수용을 건의키로 한 것이다.

현행 지역구 조정이 답이다

여태껏 선거구획정안을 결론 내지 못한 원 도정, 획정안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비례대표 의원입법을 추진하다 실패한 국회의원들, 자기당 국회의원의 뜻과 달리 증원안을 들고 나온 민주당 도당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더 이상의 갑론을박은 무의미하다. 최선의 안은 현행 지역구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상한인구가 초과한 6선거구와 9선거구 분산 등 선거구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 제주도 의원정수 41명은 인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교육의원 5명을 제외해도 36명(지역구 29명, 비례대표 7명)이나 된다.

제주도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정수는 제주도보다 인구가 갑절 이상 많은 충북(150만명) 도의원 30명, 인구 206만명의 충남 도의원 40명과 비슷하다. 물론 제주특별법상 (기초의회 폐지로) 공직선거법과 무관하게 41명 이내에서 도의원을 두도록했으나 솔직히 인구에 비하면 너무 많다. 줄이지는 못할망정 인구가 10만명 늘었다는 이유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막대한 추가 비용이 혈세로 충당된다는 점에서도 도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원 도정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선거구 조정만으로 현행 지역구가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