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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들길, 얼굴이
거미줄에 걸렸다
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다
나는 소리를 들었다
아, 아 우린 망했구나
너무 큰 먹이가 걸려
그물이 다 뜯겨나갔다
늙은 거미는
새끼의 군침 삼키는 소리를 들으며
남은 실을
마저 풀었다
-서상영의 ‘어부’ 모두
시를 읽고 거미가 어부란걸 처음 알았다.
거미줄이 그물이었음도 처음 알았다.
저 한적한 들길이 망망대해 바다임도 처음 알았다.
너무 큰 먹이가 걸리면 그물이 저렇게 뜯겨 나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 무더운 날, 우리네 은빛 그물에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나 걸렸으면 좋겠다.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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