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에게 갑질을 하는 경찰관이 적잖다고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경찰관서에서 의경에게 각종 부당행위를 저지른 경찰관이 79명에 이른다. 군부대 뿐아니라 경찰의 의무경찰에 대한 갑질도 심각한 양상임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 가운데에는 제주지방경찰청 관내 경찰관이 13명이나 포함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8명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부당행위는 욕설과 모욕, 폭행, 뒤에서 껴안기 등 성추행, 총기 겨누기, 빨래·세차 등 심부름 시키기, 승진 공부를 한다며 대신 업무 맡기기 등 다양했다. 이 정도면 모두 징계에 처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부당행위와 성추행 및 갑질을 한 경찰관들에 대한 징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직 2개월 처분도 있으나 전체의 73%인 58명이 징계가 아닌 주의 또는 경고 조치만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경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을 한 경찰관의 행위는 범죄행위에 속한다. 이들 경찰관의 부적절한 행위도 큰 문제지만 이들을 준엄하게 징계하지 않은 경찰의 처신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물론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직무유기는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또는 포기 등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경유를 말한다. 가령, 도박 혐의 현행범을 체포한 후 조사도 하지 않고 석방한다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찰관을 봐주면 유사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더 늘어난다. 경찰청은 특히 의경을 폭행하고 성추행을 하는 경찰관에 대한 엄정한 징계 등 처벌 수위를 높여나가야 한다.